28일 원·달러가 장 중 1170원대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3개월 만에 100원 가까이나 올랐다.
유학생·주재원 송금 비용 부담 늘어
무섭게 치솟는 환율에 원화를 달러로 바꿔 유학 자금을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한숨부터 나온다. 9월부터 미국 금리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달러당 1200원 이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와 주재원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9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나서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몇 차례 금리를 올릴 예정인데다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에 달러 강세는 9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1200원대 환율도 가시권”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중국 증시 불안, 미국 금리 인상 전망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 투자를 정리하고 나가게 하면서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시즌 여행 트렌드에도 영향
원·달러 환율 상승은 휴가철 여행 트렌드도 바꿔놓고 있다. 여행객들은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떨어진 일본, 유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기피 국가였던 일본은 엔저 덕분에 매력적인 휴가지로 다시 떠오르게 됐다. 실제 3년 전 100엔당 1500원을 넘어섰던 원·엔 환율은 현재 940원대로 떨어졌다. 원화로 살 수 있는 엔화가 더 많아지면서 훨씬 저렴해진 일본 여행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 오사카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최모씨는 “음식, 숙박은 물론, 쇼핑하는데도 이전에 여행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보다 훨씬 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1박2일, 2박3일 정도로 오로지 쇼핑을 위해 홍콩으로 갔던 여성 쇼핑족들이 이제 일본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말 결혼식을 올리고 달러화를 쓰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배모씨도 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유로화를 사용하는 그리스로 허니문 장소를 바꿨다. 3년 전 1유로당 1500원을 넘어섰던 원·유로 환율은 현재 유로당 1280원대까지 떨어졌다. 배씨는 “여자친구가 하와이를 가고 싶어 했지만 달러화 환전 타이밍을 놓친데다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결국 포기했다”며 “유로화도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비행기 표, 숙박 등을 고려하면 하와이보다는 덜 부담스러워 그리스로 신혼 여행지를 변경했다”고 토로했다.
혼자 신난 달러화 투자자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외화예금 뿐 아니라 달러 기반 파생상품도 인기다. 시중 금융투자회사 한 상담 직원은 “약간의 변동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달러화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상승 방향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최근 들어 투자금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