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점과 점포 등 오프라인 서비스 중심이던 금융산업이 하나 둘 디지털 중심으로 체질 변경에 나서면서 핵심 인력 채용 흐름도 바뀌고 있다. 줄어드는 점포 수에 비례해 올해도 2600명 넘는 인력을 감축한 은행들이 반대로 디지털 분야에선 전문 인재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여름 휴가 시즌에도 채용 공고를 내고 데이터 전문가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만큼 국내 주요 은행들의 관련 분야 인력난이 심하다는 것이다.
KB·우리銀, 디지털 전문가 영입
이미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데이터 전문가 등을 임원으로 영입하며 이 시장의 채용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4일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에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영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박기은 전 네이버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테크기술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실제 머신러닝 등을 다룰 줄 아는 데이터 분석가의 경우 기존 시스템보다 다양한 고객 정보를 분석해 고객의 신용 등급을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요금납부기록, 통화기록, 소셜네트워크 정보와 같은 비금융정보까지 분석해 신용평가 결과를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또 우리은행은 이달 16일까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데이터분석가) 채용을 위한 서류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인원들이 근무할 곳은 우리은행 DI 추진단 마이데이터액트(ACT)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머신러닝 등 분석을 비롯해 신규 비즈니스 발굴, 고객 분석 과제 수행 등을 하게 된다. 데이터 분석 업무 경력 5년 이상 보유자, 데이터 분석 관련 언어 사용 능력 및 분석 결과의 실제 서비스 적용 경험 보유자가 지원 요건이다. NH농협은행은 자사 NH멤버스 데이터 분석 전문직 2명을 이달 25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고 있다. 해당 지원자는 NH멤버스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을 통한 인사이트 발굴, 데이터 통제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된다. 해당 지원자 역시 회원 데이터 분석 업무와 통계 프로그램 활용 등이 기본 지원 사항으로 꼽힌다.
빅테크와의 경쟁…변화 몸부림치는 은행
특히 최근 ‘빚투(빚을 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등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금융이력을 살피기 위해서는 비금융정보(요금납부기록 등)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가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될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금융권 진입에 속도를 내며 금융과 이외의 산업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기존 은행들도 보수적인 틀에서 벗어나 변화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