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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21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규제 발표 등) 많은 것을 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난제가 산적했다”며 “골목상권 관련 단체들과 수시로 만나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상생안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는 중소유통 단체, 그리고 대형마트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형유통사업자와의 상생협력 발표’가 열렸다. 이 대표는 이날 발표가 있기 10분 전인 오후 1시30분경 체인스토어협회 회장 자격으로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이날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소속인 이훈 의원을 비롯해 골목상권 대표 자격으로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의원 등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 이 대표는 “(기자회견은) 어렵게 만든 자리”라며 “반목관계에 있던 대기업과 골목상권이 상생을 위해 앞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검토한 후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등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현재 월 2회에서 4회까지 확대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앞으로 논의할 얘기가 많기에 (의무휴업 실효성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잘 해보자고 하는 것이니 만큼 (골목상권과) 서로에게 이익이 돼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주기적으로 골목상권 관계자들과 만나서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당근’은 없이 ‘채찍’만 휘두르고 있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영업일수를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기에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의 경우 의무휴업이 확대되면,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도 정부의 규제가 골목상권 회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처음에는 대형마트를 죽이면 우리(골목상권)가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규제가 시행돼도 우린 여전히 어려웠다”며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은 시장을 찾는 게 아닌 온라인쇼핑몰을 찾는다. 정부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엉뚱한 곳에서 찾은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대형마트 측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제로’부터 상생안을 다시 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