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구공룡 피하자…40년 고양가구단지 업체들 벌써 엑소더스

이케아 고양점 19일 개장, 지역 가구 업계 초비상
200여개 지역 가구 판매 소상공인 중 18곳 연말까지 떠나
고양, 광명과 상권 구조달라 더 큰 타격 불가피
이케아 코리아 대표 "법규 준수 중…광명점 주변 매출 상승"
  • 등록 2017-10-12 오후 3:04:04

    수정 2017-10-12 오후 10:59:15

이케아 고양점 전경. (사진=이케아 코리아)
[고양=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40년 동안 묵묵히 갈고 닦은 터전인데 안타깝죠…”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 국내 2호점인 고양점 개장이 목전에 몰리면서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가구 판매 단지인 ‘고양가구단지’가 공멸 위기에 몰렸다. 1호점인 광명점보다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은 수십배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케아는 오는 19일 경기 고양시에 매장면적 5만2199㎡(약 1만5800평)에 이르는 초대형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개장한 고양 스타필드(매장면적 13만5500㎡·약 4만평)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이다. 연달아 초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지역상권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한 가구 단지는 패닉 상태다.

먼저 문 열었던 광명, 가구 매장 절반 줄어


고양가구단지는 크게 일산동구(약 80개)·일산서구(약 90개)·파주운정(약 50개) 가구단지 등 200여개로 이뤄져 있다. 역사와 전통,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여타 국내 가구단지를 압도한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정세환(62) 고양시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미 절망감에 쌓여 철수하는 소상공인이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실제 조합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18개 소상공인이 가게를 철수할 예정이다. 사실상 이미 ‘엑소더스(Exodus)’가 시작되고 있는 것.

지난 2014년 6월 경기도 성남 LH본사에서 열린 이케아 고양입점 반대집회. (사진=고양시 가구협동조합)
정 이사장은 “가구단지 역시 일부 지역이 소형 아파트 등으로 재개발 중”이라며 “보상금을 받은 소상공인들이 가게를 다시 여는 게 아니라 아예 지역 업계를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양 소상공인 문제는 광명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2014년 이케아가 광명에 상륙한 후 지역 가구 상권은 반토막 났다. 광명의 한 가구 판매점 사장은 “이케아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가구 매장이 60여개 있었지만 현재는 30여개뿐이 남지 않았다”며 “매장과 취급 품목 크기가 작은 생계형 소상공인은 다 쫓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생존한 가구점은 그나마 여유가 있고 이케아의 특성을 간파한 소상공인들이다. 또 다른 광명 가구 판매점 사장은 “흔히 사람들이 이케아를 가구업체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생활용품업체”라며 “이케아의 가구는 조악하고 불편할 뿐 더러 소파·침대·식탁 등은 경쟁력이 낮다”고 진단했다. 생존 소상공인들은 이점을 적극 이용해 이케아를 찾는 유동인구를 흡수했다.

하지만 고양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케아 유동인구를 흡수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일산동구 가구단지는 차로 20분, 일산서구는 35분(15㎞)이나 걸린다. 이케아 고양점을 둘러본 후 지역 가구점을 들리기 쉽지 않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이보다 근처 스타필드 내에 입점한 한샘(009240), 에이스침대(003800), 일룸 등이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케아, 상생 명분 10억 기탁은 생색내기”

이케아는 지난해 말 고양시와 상생협약이라는 명분으로 고양 가구단지에 3년에 걸쳐 10억원을 기탁하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은 생색내기라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처음에는 60억원을 지원하겠다 했지만 10억원으로 줄었다”며 “이 금액은 2년 정도 광고비밖에 되지 않는 큰 의미 없는 숫자다”고 평가절하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대표가 이케아 고양점에서 기자간담회 중이다. (사진=이케아 코리아)
안드레 슈미트갈(48)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지역 이웃이 되기 위해 모든 법규를 준수 중”이라면서 “이케아 광명점을 연 후 다양한 소매점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이케아의 국내 1호점인 ‘광명점’ 개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실태‘에 따르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55%로 나타났고 이들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1.1%로 조사됐다. 특히 가구소매, 가정용 직물제품 소매, 식탁 및 주방용품 소매는 각각 71.8%, 76.9%, 71.4% 등 응답자 대다수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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