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김 대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추후 회담은 미국에 달렸다”면서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역겹다)”고 말했다.
그는 2주일 후에 회담을 진행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2주일 만에 온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반문한 후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거의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면서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얼마나 준비가 되겠는지 그건 미국 측에 물어보라”고 언급했다.
앞서 5일 북미 실무협상단은 스톡홀룸 외곽의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만나 비핵화 실무협상을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렬 직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도 “북한은 그들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 수준을 최대한 높여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낸 뒤, 보상의 대가로 긴장을 완화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북한이 해온 협상 과정을 보면,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위기 조성을 반복해왔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 출신의 게리 새모어 브랜다이스대학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 방식으로) 직접 협상하는 것을 선호한다. 북한은 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대화 중단과 같은 큰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애초부터 실무협상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협상 직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오갔고 북한 카운트 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를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존 볼턴 전 백악관 NSC 보좌관이 해임되고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한 발 물러설 것으로 북한이 기대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러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번 협상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전략을 놓고 의견을 나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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