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떠는 세입자 "옆집 2억 더 주고 들어왔다던데"

전세가격 폭등에 ‘이중가격’ 고착화
공급 주는데 수요만 늘어…전세난 심화
  • 등록 2021-06-22 오후 3:00:46

    수정 2021-06-22 오후 9:11:40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내년 전세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A씨는 옆집 전세계약금에 깜짝 놀랐다. A씨가 지난해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한 6억 8000만원에 비해 옆집은 2억원 가량 보증금이 높았기 때문이다. 내년이 되면 시세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인의 말에 벌써부터 마음이 답답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같은 단지의 동일한 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수억원 차이가 나는 ‘이중가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보증금을 5%만 올린 기존 세입자와 최근 시세가 오른 상태에서 진입한 신규 세입자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전세가격 폭등에 같은 단지 다른 가격 만연…‘이중가격’ 고착화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한 재계약 매물인지, 최초 계약 거래인지에 따라 전세가격이 수억원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4월 15일 6억 8250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에는 같은 평형 전세가격이 10억 5000만원에 실거래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7억 1400만원에 재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약 2주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10억 8000만원에 실거래 돼 확연한 가격 차이를 보였다.

거의 동일한 물건의 실거래가가 들쭉날쭉해진 원인은 시세로 체결된 전세 거래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계약된 거래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청구권을 사용해 재계약하면 직전 임대료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 최근 서울 전셋값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면서 두 거래 사이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잠실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 매물인지, 최초 계약 거래인지에 따라 전세 실거래가가 수 억원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도 지난 5월에 비해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어 가격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없는데 수요만 늘어나…전세난 심화 전망

문제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을 더욱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가 인상되면서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순수 전세도 줄었다.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순수 전세 비중은 71.9%에서 66.0%로 감소했다. 반면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지불하는 반전세·월세는 4만 65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0%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지지난해 10월∼지난해 7월)간 28.1%였던 것과 비교하면 5.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07.0을 기록해 전주(105.6)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표는 0~200 사이로 나타나며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우려가 더 크다는 의미다.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이 심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학군지 이동에 따른 이사 수요를 고려하면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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