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결제 하려면 실명계좌 받으라? 하지 말라는 얘기"[현장에서]

FIU, 가상자산 결제에 '은행 실명계좌 필요' 판단
가상자산 결제업에 높은 진입장벽 생겨
서비스 이용하려면 특정 은행 계좌 개설해야 해 불편
업계, 한국서 코인 결제 하지 말라는 시그널로 해석
가상자산 결제 사업자 요건 재고해야
  • 등록 2023-01-10 오후 4:41:52

    수정 2023-01-10 오후 4:43:4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아무래도 이제 한국에서 코인(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는 할 생각 말라는 시그널 같다.” 금융당국이 페이코인에 다음 달 5일까지 결제 서비스를 종료하라고 통지한 것을 놓고 블록체인 업계에선 이런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6일 페이코인 운영사 페이프로토콜이 접수한 ‘가상자산 매매업자 신고’를 불수리하기로 결정했다. 불수리 사유는 신고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를 갖추지 못해서다. 페이코인은 이용자가 PCI 코인으로 지불하고, 가맹점은 원화로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페이코인이 환전하고 정산해주는 구조로 운영된다. FIU는 페이코인이 가상자산 결제 과정에 ‘원화’를 다루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실명계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미지 김정훈 기자]
그동안 가상자산 결제는 코인 가격의 변동성 때문에 대중화되기 쉽지 않았다. 이용자보다 가맹점을 늘리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용자 입장에선 가격이 내렸을 때 코인을 사뒀다가 올랐을 때 결제에 쓰면 이득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지만, 가맹점은 굳이 코인을 결제 대금으로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코인은 서비스 운영사가 중간에서 원화 환전을 해주는 방식으로 가맹점에 안정적인 대금 정산을 보장해줘, 확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페이코인이 전국 15만 개에 이르는 가맹점을 확보한 비결이기도 하다.

그런데 FIU가 페이코인에 은행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제 검증된 ‘환전 후 정산’ 모델로 코인 결제 사업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은행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상자산 업체에 실명계좌는 발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9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한 업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5곳 뿐이다. 2019년부터 운영해온 페이코인은 320만 명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은행과 협상을 통해 실명계좌를 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신규 사업자들은 실명계좌 요건 때문에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가상자산 결제 시 은행 실명계좌를 이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으로, 서비스 사용성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페이코인 관계자에 따르면 실명계좌를 연동한 후부터 이용자들은 지정된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단지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특정 은행의 계좌를 신규로 개설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 것이다. 가상자산 결제 사업자 입장에서도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비교해 큰 핸디캡을 안고 서비스를 시작해야 하니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이나 이상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고객확인제도(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거래탐지(FDS) 체계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페이코인만큼 실생활에 활발히 쓰이는 가상자산은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덕분에 가상자산 결제는 한국이 가장 앞서 가고 있는 분야가 됐다. 가상자산 결제 사업자에 실명계좌 확보 의무를 지우는 것은, 페이코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가상자산 결제 산업의 싹을 자르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FIU가 다시 전향적인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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