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여, 안녕”…백선엽 장군, 논란 속 대전현충원 영면

수의 대신 전투복 입고 마지막길
관 위에 6·25 격전지 8곳 흙 뿌려
서욱 참모총장 “이제는 평안하시길”
현충원입구 안장 찬반 단체 간 대치
경찰, 420명 배치 만일 사태 대비
  • 등록 2020-07-15 오후 2:54:45

    수정 2020-07-15 오후 9:58:27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6·25 전쟁영웅이자 친일부역자로 사후까지 평가가 엇갈리는 고(故) 백선엽 장군(예비역 육군 대장)이 15일 6·25 당시 전투복을 입고 대전현충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육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을, 오전 11시30분 국립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서 안장식을 엄수했다.

영결식은 서욱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유가족과 정경두 국방장관,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역대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15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의 영정이 장군 3묘역에 도착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욱 총장은 조사에서 “지난 5월 장군님을 예방했을 때 더 강한 육군을 만들어 달라시던 그 말씀은 아직도 제 귓가에 맴돌고 있다”며 “장군님의 그 높은 뜻을 가슴에 새겨 충실히 받들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에이브럼스 사령관도 “고인은 애국자이자 군인 중의 군인이었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만들어져 함께 흘린 피로 감화된 철통 같은 동맹의 창시자 중 한 분이셨다”고 추모했다.

안장식은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2묘역에서 최고 예우를 갖춰 거행됐다.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추도사, 헌화 및 분향, 하관, 허토(흙을 관 위에 뿌리는 절차), 조포 및 묵념, 참모총장 인사말,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백 장군 유족을 비롯해 서욱 육군참모총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예비역 장성단체(성우회) 회장단, 역대 참모총장 등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판규 전 육군참모총장은 추도사에서 “장군님은 위기마다 대한민국을 구해 세상 사람들이 ‘살아 있는 전설’로 부른다”며 “호국의 큰 별이 돼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북 다부동 전투 참전용사와 장병 등 8명은 백 장군 묘에 허토했다. 고인이 생전에 뜻깊게 생각했던 6·25 격전지 8곳(문산 파평산, 파주 봉일천, 한강 나루터, 다부동 볼링앨리, 안성 입장초등학교, 주문진 백사장, 지리산 남원초등학교, 화천 소토고미)의 흙이 뿌려졌다.

서욱 총장은 “장군님께서는 사랑하는 전우가 있는 곳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계실 것”이라며 “이제 무거운 짐은 후배에게 내려놓고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6·25전쟁 당시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미군 전투복을 수의로 착용한 고인은 유족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유족 측이 골동품 시장에서 1944년 미군 전투복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행사장 입장이 제한된 일부 참배객은 제법 굵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 묘역 주변에 둘러서서 예를 표했다.

행사 전 현충원 입구에서는 백 장군 안장 찬반 단체 간 대치로 긴장감이 조성됐다. 일부 참가자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420명의 인력을 곳곳에 배치해 충돌을 제지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지난 10일 100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인은 불과 33세 나이에 1953년 1월 육군 대장으로 진급, 국군 역사상 최초의 4성 장군에 올랐다. 그러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한 탓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이름이 올라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고인의 묘에 6·25전쟁 격전지인 다부동 등 8곳의 흙이 뿌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국립현충원에서 경찰이 신고하지 않은 한 보수 단체의 스피커를 철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운데)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왼쪽)을 비롯한 미군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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