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이 코 앞이지만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현장 컨설팅과 안전시설 투자비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한 산업계 우려가 크다.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책임 범위와 준수해야 할 상황 등이 명확하지 않아 과잉처벌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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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잘 살펴달라”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산업안전 관련 처벌 수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총은 최근 ‘산업안전 관련 사업주 처벌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럽, 아시아, 북미 등 12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의 경우 징역형(금고)은 3년 이하, 벌금은 대체로 1000만원 내외(영국, 프랑스 제외)로 한국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경총 측은 “한국만 CEO 개인을 형사처벌하고, 경영자를 특정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부여한 중대재해법 제정 국가가 됐다”며 “법이 시행되더라도 산재 사망자 감소 효과는 없거나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 53% “의무 준수 불가능”…“중대 과실 없다면 면책해야”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중대재해법 의무 사항을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에서 53.7%가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종사자 수가 적은 50~99인 기업은 60.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의무 준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의무 이해 어려움’(40.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전담인력 부족’(35.0%),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내용 상 입법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면책규정 마련’(74.5%)을 꼽았다. 다음으로 ‘사업주 형사처벌을 징역 하한에서 상한으로 개정’(13.7%), ‘중대재해 개념 변경(1명 사망→2명 사망)’(11.2%) 등이 이어졌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대재해법이 산업 안전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의미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업주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사업주에 대한 형사적 처벌보다 경제적 페널티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