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금산분리 규제, 벤처·스타트업 투자 가로막아”

금산분리 규제,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CVC) 설립 금지
LG·SK 등 지주사 체제 대기업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운용
손정의 회장이 만든 120조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국내에서는 불법
“CVC 설립 허용해 국내 대기업들의 벤처투자 유도해야”
  • 등록 2019-09-04 오후 5:58:25

    수정 2019-09-04 오후 5:58:25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만든 120조원 ‘비전펀드’도 국내에서는 불법입니다. 국내 벤처투자는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규제가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실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국내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지주사 체제 대기업들의 벤처투자가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들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을 설립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CVC는 기업 내에 설립하는 벤처캐피탈(VC)을 의미한다. 주로 기업 자체 잉여자금을 갖고 혁신적인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분리 규정을 담고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사인 창업투자회사, 신기술투자금융회사 등 CVC 법인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지주사 체제인 재계 서열 3·4위인 SK와 LG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 역시 롯데엑셀러레이터를 2년 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 센터장은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하면 기업들은 자신들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하는 기술과 제품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략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이미 알리바바나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IT기업들은 다양한 형식의 CVC를 통해 시너지가 날 스타트업에 투자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설립한 CVC를 통한 벤처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체 벤처투자 금액의 50%가 CVC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일본 역시 벤처투자금의 44%가 대기업의 투자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구글의 경우 2015년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산하에 구글벤처스(GV), 캐피탈G 등 CVC를 설립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20조원을 투자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역시 소프트뱅크G라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다. 그러나 둘 다 한국에서는 불법에 해당한다.

이 같은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한국의 경우 오히려 민간 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유입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산나눔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결성벤처조합 출자자 구성에서 2017년 12%를 차지하던 일반 법인의 비율은 작년 9%로 하락했다. 즉, 전체 벤처투자 금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기업들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벤처업계 관계자들 역시 CVC 확대를 통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지금까지 한국 벤처의 발전은 주로 정부를 포함한 공적 투자가 이끌어왔다”라며 “벤처·스타트업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 하며, 막강한 자금력과 풍부한 사업경험 가진 대기업이 벤처생태계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CVC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채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정거래연수원 교수(변호사)는 “금산분리의 원칙은 사실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다”며 “지주회사에 CVC 설립을 허용한다고 해도 금산분리 원칙이라는 큰 틀을 허무는 것이 아니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재벌들의 폐해 때문에 만들어진 ‘금산분리’라는 낡은 규제 옷을 그대로 입고 있으면서 ‘혁신성장’을 외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하루빨리 혁신 스타트업이 나올 환경을 만들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중국과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설 수 있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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