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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검과 황교안(60·13기) 대행의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쳐야 할 특별검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만난 이들의 인연은 결국 악연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의 숙원이었던 수사기한 연장을 결국 거부했다.
박 특검과 황 대행의 인연은 14년 전인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특검은 부산동부지청장으로, 황 대행은 차장검사로 일했다.
황 대행이 수준급 색소폰 연주 실력을 뽐내게 된 것도 당시 박 특검과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황 대행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특검(당시 지청장)과 카페에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색소폰 연주가 너무 좋았다”며 “박 지청장이 ‘황 차장 색소폰 한번 불어볼까’라고 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이후 두 장의 색소폰 앨범을 냈다.
박 특검은 이날 인사청문회에 나온 것 때문에 건설업체 대표 A씨로부터 피습까지 당했다.
A씨는 자신이 고소한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아 풀려나자 고검장 출신인 박 특검에 대한 검찰의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의심하던 중 이날 청문회를 보고 확신해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박 특검은 왼쪽 얼굴과 목 부위를 커터칼에 찔려 15㎝ 정도 상처가 났다. 상처부위가 조금만 벗어났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수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각별한 인연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만나면서 거리가 벌어졌다.
박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위해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비서실장 등의 반대로 무산되자 상급자인 황 대행에게 협조요청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특검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에 집착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당시 특검 측은 “수사기간 연장여부를 알아야 남은 기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며 “빠른 답변이라도 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황 대행 그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황 대행은 수사종료 하루 전날인 27일에야 “특검의 주요 목적과 취지는 달성됐다”며 연장 승인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