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 부족한 한은의 법정보고서

  • 등록 2014-09-30 오후 5:21:26

    수정 2014-10-01 오후 1:48:2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엔 두 가지 법정보고서가 있다. 1년에 두 번씩 발표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와 금융안정보고서. 국회에 제출한다는 의미 외에 경제 및 금융상황 등에 대한 한은의 객관적 평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그를 통해 정책적 함의, 정책 방향을 도출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시의성 있게 발표되는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정책당국인 한은이 발표해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정보고서가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은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대부분은 8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해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동안 한은에서 주장했던 것들의 동어반복이다. ‘물가는 언젠가는 오를 것이다’, ‘가계부채는 단기간 부실 위험이 없다’ 등이다.

물가당국으로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밝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물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도 함께 하락할 우려)이라고 해도 그 전제가 안 맞는다. ‘유로존, 일부 신흥국 등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가도 물가만 나오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이 바뀐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에 따른 달러 강세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란 대목에선 금기시돼왔던 환율의 방향성까지 예상하며 물가상승 논리를 설명했다. 환율 때문에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곧 물가당국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떠났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연 소득 6000만원 초과의 고소득자, 1~3등급의 고신용자 중심으로 늘어나 부실 가능성이 약하다는 논리도 어폐가 있다. 이들이 은행에서 밀려나 굳이 제2금융권까지 손을 벌렸냐는 의문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올 초 한은은 금융위기 이후 5~6등급의 중신용자 중 25%가 저신용층으로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고신용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의문이 들기 쉽지만, 그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단순히 은행권의 몸 사리기, 제2금융권의 영업 강화가 고신용자가 제2금융권을 찾은 이유가 됐다.

무엇보다 이 법정보고서는 애써 저금리의 폐해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제 내부의 불균형 확대, 저소득 가계 및 한계기업 등의 리스크 증대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어느 나라, 어느 경제나 갖고 있는 문제”로 취급됐다.

그러는 사이 또 다시 한은에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더디다`, `가계부채가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느냐`를 논하던 보고서는 반년도 채 안 돼 먼지가 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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