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커피에 '정액' 섞은 남성, 징역 3년…"성범죄는 아냐"

  • 등록 2020-09-21 오후 2:06:40

    수정 2020-09-21 오후 2:06:4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 대학원생에게 몰래 정액을 먹인 부산의 한 대학원생이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달 11일 열린 2심에서 동료 대학원생에게 10개월간 정액, 최음제, 가래 등을 먹인 대학원생 김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8년 4월 피해 여성 A씨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 복수를 다짐한 김씨는 A씨가 마실 커피에 정액과 가래침, 변비약, 최음제를 섞었다. A씨가 마시며 고통받는 모습도 지켜봤다.

10개월간 54회에 걸쳐 괴롭힘은 지속됐다. 김씨는 커피뿐만 아니라 칫솔, 립스틱, 틴트에도 정액을 묻혔다. 이밖에 A씨의 속옷 등도 훔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김씨의 범행을 적은 메모장에서 드러났다. 다른 동료가 김씨의 메모장을 본 것. 동료가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김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11일 2심은 징역 3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우 속죄하고 있으며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범행은 ‘성범죄’로 적용되지 않았다. 현행법(형법 제298조) 상 강제추행은 ‘사람에 대하여’ 추행했을 때 성립하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절도, 폭행, 상해미수, 재물손괴·은닉, 방실 침입 등 6개다.

이충윤 변호사는 21일 YTN라디오 ‘양소영의 상담소’에서 “법원마저도 남성의 범행에 대해서 엽기적이고, 구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성을 지적했다”라며 “어떤 성적인 가해행위나 폭력적인 행위를 이어왔지만, 이것이 성범죄로 인정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음료에 변비약과 최음제 등을 탄 행위가 상해죄로 인정됐다고 한다. 변비약을 먹여 설사 등의 증상을 유발했다고 하면 여성에 대한 상해죄가 인정된다. 그래서 실제로 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변비약을 탄 것 자체가 실행의 착수는 있었다고 봐서 상해미수 혐의는 인정되고, 실제로 그 상해미수로 처벌이 된 사안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 처벌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토킹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항목으로 분류된다. 어떤 상대방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서 면회, 교제, 또는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숨어서 기다리기 등을 했을 때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그 경우에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이런 식으로 굉장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으로 인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녀 간 애정문제, 개인사, 이런 식으로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스토킹을 하다가 살인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스토킹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일본, 독일같이 이런 선진국에서도 피해자 보호 조치를 확대하거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조속히 합리적인 입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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