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부채의 그늘…빚보다 추심

  • 등록 2017-06-19 오후 2:30:57

    수정 2017-06-19 오후 2:30:57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빚에 짓눌려 생활고에 시달리고 자살하는 일이 나오는 건 빚 자체보다 불법 추심업체들의 협박과 괴롭힘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나 서민금융 대책은 눈앞의 수치를 줄이는 데에만 급급해한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보다 제도권 내 채무조정 및 추심 시스템 개선을 통해 채무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과도한 채권 추심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하루걸러 관련 기사를 접할 정도로 불법 추심사례는 여전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지난해 채권추심 관련 민원은 3776건으로 지난해 대비 74.3%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압적인 채권추심행위에 대한 항의성 민원 등 ‘채권추심관련 일반 민원’이 21.2%로 가장 많고, ‘지나친 독촉 전화’(15.8%), ‘관계인 등 제3자 고지’(10.9%), ‘협박·공포심·불안감 유발’(6.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추심행위의 기승은 제도권 내 채무조정 비활성화와 채권유통시장의 음성화, 상대적으로 손쉬운 추심 권한 획득 등이 맞물린 결과다. 금융기관들이 받지 못한 빚을 사들인 추심업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채무자들을 독촉해 수익을 올리는 데 몰두하고 있으나 당국의 관리·감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치는 해외와 달리 매입채권추심업 등록의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채무가 있는 고객들은 잘라내 버리고 만다”며 “금융사들이 채무조정을 활성화한다면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제도 내에서 부실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변화에 따라 몇년마다 돌아오는 이벤트성 정책이 아닌 365일 일상에 적용될 정책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가 바로 서민금융이다. 장기 연체자의 빚 탕감이나 소멸시효 완성 채권 소각 등의 소식에도 서민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를 되짚어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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