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25.9원) 대비 13.9원 오른 1339.8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중 환율 상승폭으로 보면 지난달 15일 기록한 14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환율은 고가 기준 1340.2원으로 1340원도 뚫었다. 종가, 고가 기준 모두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올랐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14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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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은 대내외 악재가 한 번에 쏟아진 영향이 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고점(108.55) 수준에 가까워지는 등 달러화는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8.5%를 기록해 시장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의 ‘피봇’(정책 전환)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연준 내 중립 인사로 분류되는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물가 목표치인 2%로 되돌아 갈 때까지 긴축을 지속해 경기침체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다음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은 내달 23일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48.5%로 점치고 있다. 일주일 전 전망치가 39% 순준으로 40% 아래를 밑돌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확대된 것이다.
위험자산의 가치 추락과 함께 중국 위안화 약세에 연동한 원화 하방 압력도 확대되는 중이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에 그쳐 전문가 전망치 1.0%에 한참 못미친데 더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 연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3.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를 인하했지만 위안화 가치는 팬데믹 당시인 달러당 6.85위안대에서 거래되며 큰 폭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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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 하락은 대외적 요인이 더 크지만 우리나라 수출 경기 악화도 한 몫 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가 초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 덕에 상단을 누를 수 있었는데 원화 방어력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54억7000만달러를 기록, 1~8월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역대 최악이었던 1996년 적자 폭(141억7743만달러)을 뛰어넘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수지와 원화 가치 상관계수는 0.95 수준”이라면서 “대내적으로는 부진한 경상 수급이 원화 약세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외환시장 관계자도 “외환 당국이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등의 흐름에라도 묻혀서라도 환율 개입을 해야하는데 무역적자가 이어지면 원화 방어 여력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9월 FOMC 결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덜 매파적이거나 향후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어진다면 달러화 강세 기조도 한 풀 꺾일 수 있단 기대감도 남아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단기 환율 상단은 1350원선으로 높였으나 여전히 3분기 고점을 찍고 4분기 하락하는 예상을 유지한다”면서 “변곡점은 9월 FOMC 결과로 이때까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