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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택시업계를 보면서 참 아쉬웠던 점은 단순히 타다를 반대만 했다는 점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말을 걸지 않는 타다 서비스에 열광했다. 타다가 편법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택시업계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타다로 인해 내 밥 그릇 빼앗길 것만 걱정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노력도 함께 했어야 했다. 그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택시업계가 서비스 개선 및 자정 결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프롭테크라고 하는 신흥 기술서비스업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핵심은 반값 중개보수에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중개업자들이 국가가 정한 수수료율을 이유로 별로 하는 일 없이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불만이다. 예를 들어 과거 5억원짜리 집이 집값 상승으로 10억원이 되면 중개보수가 2배로 올라간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실제로 하는 일은 달라진 게 없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업계는 협회 회장이 단식투쟁을 하고 중개업소에 반대 포스터를 붙이는 등 극렬한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지금도 어려운데 중개보수를 낮추면 생존을 위협 받는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2년전 타다 사태를 다시 보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인데 기존 중개업계의 주장을 보면 소비자가 쏙 빠져있다. 소비자의 만족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개사고 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인중개사의 책임보장한도이다. 현재 보장한도는 연 1억원이다. 부동산 거래 시 사고가 날 경우 보상할 수 있는 돈이 최대 1억원이라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558만원이었다. 1억원이란 보장금으론 전세계약 사고를 보상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기존 중개업계에선 보장한도를 높여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 보장한도를 2억원으로 높였다. 이러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집값 올랐다고 보수만 많이 받는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아직 논쟁이 진행 중이다. 지금이라도 중개업계는 서비스 개선 및 시장 자정 결의를 내놓을 것을 조언한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무조건 싸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