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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장동 의혹 수사에서도 정 회계사는 검찰로부터 다른 핵심 인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우를 받으면서,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공범들의 범죄 혐의를 누설하는 조건으로 면죄부를 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 회계사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양심선언서와 함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
정 회계사는 이번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입건됐지만 이후 검찰에서 나머지 3명과는 확실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신분부터가 나머지 3명이 피의자인 데 반해 참고인 신분이다. 정 회계사는 검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수차례 포토라인에 섰던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매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또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한 이후 김 씨와 남 변호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막바지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검찰이 정 회계사에 대해선 특별히 신병 확보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회계사가 본인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녹취 파일을 이용해 수사선상에서 사실상 빠지면서 대장동 실체 파악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정 회계사에 대해 ‘피의자성 참고인’이라고 했지만 정 회계사는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안 하거나 구형을 조금 낮춰줄 수는 있는데 기소 자체를 안 하는 것은 기소권 남용”이라고 일갈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고 검사는 기소권만 갖는 경우엔 미국처럼 법원의 감독 하에 어느 정도 플리바게닝을 인정하는 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검사가 범죄 사실을 인지하면 수사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혐의가 있다면 아무리 플리바게닝을 통한 기소편의주의를 적용해도 기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