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특검에 발묶인 기업 총수들..'현장경영' 어쩌나

  • 등록 2016-12-19 오후 4:00:19

    수정 2016-12-20 오전 8:29:33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압수수색에 불응한 것도 아니고 청문회에 불참한 것도 아니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출국금지 조치는 너무한 것 아닌가요.”

박상진 삼성전자(005930) 사장과 황성수 전무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진 뒤 삼성의 한 임원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출금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부인도 하지 않음으로써 기정사실화했다. 이 부회장 역시 지난 1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모친인 고(故) 김정일 여사 조문을 위해 찾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기자들이 출금에 대한 심정을 묻자 “주말에 고생이 많다”는 정도로만 답해 사실임을 확인시켜줬다.

오는 21일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식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그룹의 주요 일정은 모두 올스톱된 상태다. 사장단이나 임원 인사가 연기되면서 조직개편도 자연스레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불확실성 속에서 소규모 업무조정이나 팀명 변경, 인력 재배치 정도만 실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 수사가 본격화되면 일정은 더욱 미뤄질 수 밖에 없다. 특검팀의 1차 수사기간 70일이 종료되는 날짜는 내년 2월28일이며 30일 연장시에는 내년 3월30일로 더욱 늦어진다. 인사가 내년 4월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 일부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삼성이 조직 내부적으로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출금조치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 탐색 및 현장 경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지난 10월 말 ‘책임경영’을 위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뒤 내년 1월 열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7’에 참석할 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0년과 2012년에 글로벌 트렌드를 점검하기 위해 직접 CES를 찾은 바 있다. 이 회장의 “일본은 힘이 좀 빠졌고 중국은 한국을 쫓아오기에 아직 시간이 좀 걸린다”는 발언도 2012년 CES 당시 나왔다. 내년 2월 예정된 엑소르(Exor) 이사회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전장부품업체 하만(Harman) 인수 후속작업에도 이 부회장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총수 출금조치가 함께 내려진 SK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해마다 1월이면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주요국 정상이나 기업가들을 만나왔다. 중국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3월에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는 최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모두 참석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연말 결산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조6535억원에 이른다. 애플이 지난 2015년 회계연도에 올린 2337억달러(한화 약 277조4000억원)에는 못미치지만 월마트나 마이크로소프트(MS)를 한참 웃도는 규모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의 지난해 연매출 규모도 약 130조원과 85조원에 이른다. 전세계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업 총수들의 출금조치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적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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