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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클럽을 운영하는 ‘더 윙(The Wing)’은 지난 2016년 10월 미국 뉴욕 맨해튼 플랫아이언 인근에 여성들을 위한 첫 작업공간을 개점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대리석 테이블, 핑크색 벨벳 소파, 창문이 없는 작은 전화부스 1개가 전부였다. 전화부스의 문은 반사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만들어졌다. 더 윙은 1년 뒤 뉴욕 소호 지역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했는데, 이 곳엔 전화부스가 무려 8개나 비치됐다. 세 번째 덤보 지점에도 4개가 설치됐다. 이 지점의 부스는 책장 뒤에 비밀 공간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들 전화 부스는 길거리에 있는 지저분하고 세균이 득실거리는 공중전화 박스도, 그렇다고 접근이 금지된 무균실도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부스 안에는 전원을 꼽을 수 있는 콘센트가 마련돼 있고, 의자와 선반,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법한 공중전화가 마련돼 있었다. 일종의 진화된 공중전화 박스의 모습이다.
유사한 형태의 ‘젠부스(Zenbooth)’를 생산·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캘리포니아의 ‘더 버클리(The Berkeley)’가 대표적이다. 젠부스는 일종의 독립형 소규모 미팅 룸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은 1인용 3995달러(약 426만원)짜리 일반 부스부터 2인용·임원용 1만5995달러(약 1700만원)짜리까지 다양하다. 지난 해엔 월평균 수백개의 젠부스를 판매했다. 1인용 부스의 경우 너비 36인치(약 91cm), 폭 34인치(약 86cm)로 내부엔 전원 콘센트와 채광을 위한 창문, 환기를 위한 팬, 반사유리 등으로 구성되며, 방음 기능도 갖추고 있다. 다만 더 윙의 부스와는 달리 공중전화는 없다.
데드스핀, 라이프해커, 스플린터 등과 같은 웹사이트의 본거지인 기즈모도미디어그룹(GMG)은 지난 해 말 본사에 5개의 젠부스를 설치했고, 수요 증대 및 직원들의 긍정적인 평가 등에 힘입어 올해 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최근엔 폭스바겐, 리프트, 밋업, 캐피탈원 등 유명 회사나 스타트업도 젠부스를 구매했다.
이처럼 사적인 부스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직장내 은밀한 공간의 역사(Cubed: A Secret History Of The Workplace)’의 저자 니킬 세이벌은 “일반적인 사무실 내에서 근무하는 미국 직장인들은 사생활에 대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원치 않는데도 베이비시터와의 대화, 친구와의 저녁약속부터 민감한 사생활 문제 등까지 들어야 하고, 이 때문에 헤드폰을 착용하는 경우가 생겼다.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