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보다 더 가혹"…美·中·유럽 실물경제 녹아내린다

금융시장 이어 실물경제 지표 잇단 폭락
코로나發 美·中·유럽 산업지표 역대 최저
"식당·호텔·여행·관광 등 서비스업 충격"
닥터둠 루비니…"대공황 이상 불황 온다"
"V자, U자, L자형 아닌 I자형 급전직하"
  • 등록 2020-03-25 오후 2:20:58

    수정 2020-03-25 오후 2:20:58

미국 일리노이주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 외출을 제한한 이후 2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럼프 타워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훨씬 더 혹독한 위기가 올 것입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히는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향후 미국 경제의 양상은 ‘V자형’도, ‘U자형’도, ‘L자형’도 아닌 ‘I자형’ 경기 급전직하(a straight line down)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다. 그는 그러면서 대공황 이상의 불황(Greater Depression)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1929년 뉴욕 증시 폭락으로 시작한 역사상 최악의 불황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루비니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활동 재개를 암시하는데 대해서는 “중국과 이탈리아처럼 한두달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 위기는 더 폭발할 수 있다”며 “일주일 안에 경제를 재개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갈했다.

닥터둠의 경고 “대공황보다 더 가혹”

코로나19 확산에 글로벌 실물경제가 녹아내리고 있다. 실시간 반응하는 금융시장은 폭락하는데 이어 시차를 두고 나오는 실물경제 지표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 구매자관리지수(PMI·Purchase Manager index) 예비치는 40.5로 지난달(49.6) 대비 9.1포인트 급락했다. IHS마킷이 PMI를 산출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저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금융시장의 후폭풍 이상이라는 방증이다.

PMI는 실물경제 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다. 각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구매 담당자는 한 기업 내에서 경기 동향에 가장 예민한 사람이다. 이런 인사들만 모아 설문한 게 PMI인 만큼 그 중요성은 시장에서 인정 받는다. PMI는 0~100 수치로 나온다.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향후 경기 확장 가능성이 높음을, 낮으면 경기 수축 가능성이 높음을 각각 의미한다.

크리스 윌리엄스 IHS마킷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식당, 바, 호텔 등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었다”며 “여행과 관광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달 미국 서비스업 PMI 예비치는 39.1까지 떨어졌다. 역대 가장 낮다. 지난달 49.4에서 10포인트 넘게 빠졌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이번달 제조업 PMI는 49.2를 기록했다. 윌리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제조업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더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 선 업종은 이미 위기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이날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자금난에 빠진 항공업계가 결국 줄도산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S&P는 미국 델타항공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은 ‘BB’로 하향했다. 이는 투자등급이 아니라 투기등급이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 엘름허스트 의료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美·中·유럽 산업지표 줄줄이 폭락

유럽 실물경제 역시 위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IHS마킷이 발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의 이번달 PMI 예비치는 31.4로 지난달(51.6) 대비 2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역대 최저다. 특히 관광 등 서비스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국이 이동 자체를 제한하다 보니 경제 활동이 멈춰선 것이다.

코로나19의 발병지이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실물경제가 붕괴 수준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급감했다. 마이너스(-) 산업생산 증가율은 1990년대 고속성장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31.8%), 철로·선박·항공 등 운수설비(-28.2%), 컴퓨터·통신·전자설비(-13.8%) 등이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루비니 교수는 “경제가 침체(recession)가 아닌 공황(depression)으로 가는 요건들이 생기고 있다”며 “미국, 유럽 외에 세계 다른 지역들도 (정책당국의) 거대한 부양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어설명> 대공황(Great Depression)

1929년 10월 24일 뉴욕 월가의 증시 대폭락에서 시작한 사상 최악의 불황이다. 미국의 금융시장 패닉은 곧 생산과 소비 등 실물경제 마비로 이어졌다. 기업 줄도산과 실업 대란이 잇따랐다. 이는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유럽 주요국으로 번졌다. 그 이후 경제가 회복하기까지 11년 안팎 걸렸다. 불황의 파급 범위와 지속 기간 등으로 볼 때 지금껏 그 어떤 경제위기보다 가혹했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독일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2명을 초과하는 모임을 금지한 이후 23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 도심 광장인 알렉산더플라츠에서 경찰차가 순찰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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