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B골프장은 부가가치세 43억원을 체납하고선 신용카드 매출 압류를 피하기 위해 이용객들에게 그린피를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현금은 골프장 곳곳에 숨겼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이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주말 직후인 월요일 아침에 현장수색을 실시했다. 조사관들은 사무실 금고 4개와 캐디 사물함에 숨겨져있던 현금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25일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개인 1526명·법인 700개)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6개월 간의 소명 및 납부 기회에도 불구하고 국세 5억원 이상을 체납한 개인과 법인이다. 종전에 공개된 체납자는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액체납자 상당수는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 9월 ‘현장수색 집중기간’을 운영해 체납자 137명을 형사고발하고, 1억원 이상 체납자들로부터 2조3000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17억원 체납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54) 씨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가장 많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씨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부터 2011년까지 총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성엽(49) 씨와 대동인삼 영농조합법인의 전 대표 김용태(48) 씨는 부가가치세 등을 각각 225억원, 219억원 체납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인 가운데는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지난 2012년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관련 인허가 청탁 비리로 유명세를 탔던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총 313억원을 체납했다.
고액체납자들 재산 은닉 백태
국세청이 이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재산추적조사 사례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들의 백태가 드러났다. 일부 체납자들의 호화생활은 상상을 초월했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중개업체 대표 C씨는 재산 은닉을 위해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회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80억원 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됐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