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에 숨기고 유령회사 세우고..세금 안내면서 호화생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 명단 공개
  • 등록 2015-11-25 오후 3:05:04

    수정 2015-11-25 오후 3:05:04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난 9월 국세청 조사관 5명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대구 외곽의 한 전원주택을 수색했다. 9억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A씨의 부인 명의로 된 집이었다. 조사관들은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색 가죽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에는 6억원 상당의 한화와 외화 지폐가 들어있었다.

전북의 B골프장은 부가가치세 43억원을 체납하고선 신용카드 매출 압류를 피하기 위해 이용객들에게 그린피를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현금은 골프장 곳곳에 숨겼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이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주말 직후인 월요일 아침에 현장수색을 실시했다. 조사관들은 사무실 금고 4개와 캐디 사물함에 숨겨져있던 현금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25일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개인 1526명·법인 700개)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6개월 간의 소명 및 납부 기회에도 불구하고 국세 5억원 이상을 체납한 개인과 법인이다. 종전에 공개된 체납자는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액체납자 상당수는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지난 9월 ‘현장수색 집중기간’을 운영해 체납자 137명을 형사고발하고, 1억원 이상 체납자들로부터 2조3000억원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1인당 평균 17억원 체납

이날 명단이 공개된 고액체납자들의 총 체납액은 3조7832억원으로, 1인당 평균 1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명단공개자 1526명 가운데 40~50대가 전체 명단의 62.6%, 체납액의 64.0%를 차지했다. 주소지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명단의 62.6%, 체납액의 61.5%에 달했다.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54) 씨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가장 많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씨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부터 2011년까지 총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성엽(49) 씨와 대동인삼 영농조합법인의 전 대표 김용태(48) 씨는 부가가치세 등을 각각 225억원, 219억원 체납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인 가운데는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지난 2012년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관련 인허가 청탁 비리로 유명세를 탔던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총 313억원을 체납했다.

고액체납자들 재산 은닉 백태

국세청이 이날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재산추적조사 사례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체납자들의 백태가 드러났다. 일부 체납자들의 호화생활은 상상을 초월했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중개업체 대표 C씨는 재산 은닉을 위해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이 회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80억원 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됐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D씨는 1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본인 명의의 회사를 폐업하고, 타인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미술품들을 숨겨놓은 채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고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해 공매하기로 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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