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①유전자 가위...난치병치료부터 품종 개량까지

유전자 가위 시장도 쑥쑥
게놈서 특정 DNA 인식해 교정
혈우병 치료제 등 신약후보 봇물
  • 등록 2019-11-26 오후 3:58:53

    수정 2019-11-26 오후 3:58:53

[이데일리 류성 기자] 이미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한 혈우병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후보가 임상시험에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를 교정할수 있는 고유의 차별화된 기능으로 인해 유전질환 및 암 등 난치병 치료제로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김은중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유전자교정 기술은 인류의 난제인 질병,식량,에너지 문제등을 해결할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고 평가합니다.

지난 2003년 개발한 1세대 유전자가위는 개구리 DNA에 결합한 단백질을 이용,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도록 만든 ‘징크 핑거 뉴클레아제’(ZFN)입니다. 앞서 1985년 아프리카 발톱개구리 유전자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개구리 DNA에 결합한 단백질을 발견했을 때, 손가락 모양의 고리가 개구리 유전자에 단단히 붙은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연(Zn) 이온이 있었기 때문에 ‘아연손가락’(징크핑거)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 시초입니다.

그러나 당시 유전자가위는 잘라야 하는 염기서열을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고 건당 가격이 5000달러(약 562만원)로 비싼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2세대 유전자가위는 2011년 나온 ‘탈렌’(TALEN)입니다. 개구리에서 유래한 1세대와 달리 식물성 병원체인 ‘잔토모나스’에서 발견했습니다. 탈렌은 1세대보다 더 정밀했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커서 세포 안에 집어넣는 것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등장으로 대중화 본격 시작

기존 1·2세대보다 정확도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CRISPR)입니다. 기존 1·2세대는 인공 유전자를 수천개 이상 집어넣으면서 절단용 단백질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 1·2세대는 단백질을 이루는 구조도 워낙 길어 짧은 염기서열을 자르려면 수천 개의 가위로 DNA를 새로 이식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정확성이 떨어졌습니다.

크리스퍼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염기서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영어 표현에서 앞 철자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1987년 일본 연구진이 대장균 DNA 서열을 분석하다 특정 염기서열이 회문구조를 이루며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회문구조는 ‘토마토’나 ‘기러기’ 같이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당시에는 이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UC버클리) 연구팀이 크리스퍼와 ‘캐스나인’(Cas9)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염기서열 일부를 잘라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3세대 유전자가위 시대가 열렸습니다. 크리스퍼는 1·2세대 유전자가위가 설계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가격이 비싸 대중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단번에 해결했습니다. 하루 정도면 설계가 끝나고 비용도 100만원 이하입니다.

3세대 크리스퍼는 등장과 함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떤 연구자는 ‘연구 민주화’라고도 표현할 정도입니다.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는 크리스퍼를 ‘2015년 올해의 혁신기술’로, 과학전문잡지인 MIT테크놀로지리뷰는 ‘2016년 10대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글로벌 크리스퍼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크리스퍼 시장은 2014년 2억달러에서 2022년 23억달러로 8년새 11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전자 가위 시장 급성장 거듭, 지난해 글로벌시장 4조860억원 달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면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희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한 번 피가 나면 멈추지 않는 혈우병은 정상적인 염기서열에서 유전자 하나의 위치가 뒤바뀌면 발생하는 병입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혈액을 굳힐 수 있는 인자를 넣어 치료를 합니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뒤바뀐 염기서열을 정상적인 순서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에이즈 치료법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에이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으로 걸립니다.

그런데 HIV와 결합하는 ‘CCR5’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HIV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가 들어올 통로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바이오기업 ‘상가모’는 이 방식으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HIV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인류의 난제인 암도 유전자가위 기술을 접목할 분야 중 하나입니다. 우리 면역세포는 암세포가 생기면 이를 공격하는데 유전자가위로 암환자의 면역세포 유전자를 바꿔주면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이 커집니다.

유전자교정 시장은 급증하는 각국 정부와 민간투자에 힘입어 빠른 기술진보를 거듭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규모는 4조86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시장은 연평균 14.5%씩 성장해 오는 2023년에는 8조37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전자 가위 업체 속속 등장...매출 5천만달러 돌파기업도

막대한 매출을 실현하고 있는 유전자교정 전문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기업으로는 허라이즌 디스커버리 그룹,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상아모, 테라퓨틱스,인텔리아 테라퓨틱스 등이 손꼽힙니다. 이 가운데 허라이즌 디스커버리 그룹은 지난 2017년 기준 5000만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이 시장 선도기업으로 안착했습니다.

툴젠도 유전자교정 기술을 활용한 사업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툴젠종자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초대 연구소장으로는 종자업체인 농우바이오의 한지학 박사를 영입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다양한 식물종자를 유전자 교정을 통해 우수품종으로 개량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합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서로 다른 식물간 유전자 교배를 통해 변형된 품종을 만듭니다. 이에 비해 유전자 교정으로 탄생한 종자는 종자 자체내에서 유전자를 개량하기 때문에 다른 새로운 유전자가 외부로부터 삽입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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