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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호칭 바꿔도 한국적 조직 문화로 한계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월부터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등 연공서열 중심의 7단계 직급을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직원 간 호칭은 ‘님’으로 바꿨지만,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협력업체 및 거래선 등 외부 사람을 만날 때는 직급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회사 내부에서도 상사에 대해서는 ‘님’이나 ‘프로’ 등 변경된 호칭보다는 기존 직급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 특유의 수직적 조직 문화가 사내 호칭 변경만으로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부서 내에서는 ‘님’이란 호칭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상사에겐 쉽지 않고, 외부인을 만났을 때는 상대방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어 이전 직급을 알려준다”며 “아직까진 제도를 시행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이전 직급이 통용되지만 2~3년 정도 지나면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SK텔레콤(017670)이 직급을 팀장과 매니저로 단순화했고, 2011년엔 SK하이닉스(000660)도 선임·책임·수석 등 3단계로 직급을 손질한 바 있다. 그러나 직급 단순화가 시행된 회사의 직원들은 내부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그룹 한 계열사 직원은 “부서 내에서 팀장 외 직원들도 연차에 따라 상·하 관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모든 직급이 매니저로 동일하니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연차가 더 낮은 직원인데도 같은 매니저라는 이유로 선임의 업무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때는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급 단순화로 연봉 인상 기회 줄어들까 고민
직급 단순화가 자칫 연봉 인상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승진은 임금 인상 및 처우 개선 등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직급 단계가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이 오를 기회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연봉제가 일반화된 이후에는 같은 직급 내에서도 각자 받는 월급이나 인센티브(성과급)가 달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봉 테이블은 직급보다는 연차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각 사업부 별로 또는 같은 직급 내에서도 인사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승진 여부나 직급은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직급보다는 그 업무를 해온 연차와 경력을 기준으로 연봉 테이블을 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연봉은 연간 기준이라 올해는 일단 변동이 없고 임금 및 보상제도는 내부적으로 추가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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