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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외환당국 개입에 의한 원화 약세 방어가 일일천하로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 실행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가 외환시장 판도를 바꿀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달러인덱스는 93선 중반까지 올라 연 고점을 경신했다. 원화 추가 약세에 연말께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1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68.00원)보다 8.20원 오른 1176.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하루 만에 1170원대 진입이다. 상승폭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달 19일 8.30원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달러 매도 개입 등에 환율이 8.30원 하락했으나 하락폭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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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국인의 주식 매도 규모가 지난 주 조 단위에서 이번 주 4000억원대, 2000억원대로 점차 감소하는 데도 원화 약세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전일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으나 원화의 가파른 약세를 막기 위한 정도이지, 방향성을 바꿀 만한 트리거는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미 연준의 테이퍼링 가시화 등에 따라 기조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93.5선까지 올라 연 고점을 경신했다. 작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통화정책이 중장기적으로 달러 강세 기조 전환을 뒷받침한다”며 “외환당국의 변동성 경계 등에 속도조절이 있겠으나 연내 1200원선까지는 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 연준의 테이퍼링, 외국인 매도 등 여러 요인들이 모두 원화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최근에 낸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에 환율이 오버슈팅된 영향에 1~2주 내로 1145~1150원으로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