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라이나생명 직원 중 한 사람은 “그동안 라이나를 키워온 공헌을 무시당했다는 여론이 크다”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으면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게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직원은 “디지털 자회사를 만든다면서 뒤로는 엑시트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블라인드에서는 이미 노조 결성에 대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라이나생명 직원이 제공한 블라인드 캡처 화면을 보면 ‘직원협의회 규모부터 키우는 것을 제안해야 한다’, ‘임원과 인사, 홍보, 법무 등을 포함하는 비대위를 만드는 걸 추천한다’, ‘배신자에게 최대한 공헌을 인정받고 얻어낼 것을 얻어내자’는 의견 등이 개진되고 있다.
일부 직원은 ‘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을 아무리 만만하게 봐도 무성의한 것에 화가 난다’고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매각 과정에 있어 직원들이 위로금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국내 기업 간 M&A 과정에서 인수사가 피인수사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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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 직원협의회 소속이라고 밝힌 직원은 블라인드에서 “위로금과 관련한 직원들의 의견을 회사측에 전달하고 협의하겠다”면서 “노조 추진 여부와 별개로 미국발 매각 충격과 관련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겠다”고 전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노조 추진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의 분위기가 쉽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라이나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알짜 회사로 통한다. 보유 자산 대비 수익률이 상위권이다.
2020년 기준 총자산수익률(ROA)는 7.27%로 생보사 중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푸르덴셜생명이 1.03%, 다른 생보사들의 ROA 평균이 0.36%란 점을 고려하면 독보적이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527억원으로 삼성생명(9288억원), 교보생명(3829억원)에 이어 3위다. 텔레마케팅(TM) 위주의 판매 조직을 유지하면서 인건비나 설계사 수수료 지출을 줄인 덕분이다. 상품 판매도 온라인이나 텔레마케팅, TV홈쇼핑 등으로 팔기 좋은 보장성 보험 위주로 구성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7개국 내 보험 IM(International Market) 전체를 블록딜을 통해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시그나그룹의 7개국 보험사업은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 등이다. 매각 금액은 57억5000만 달러(한화 약 6조8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