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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54억원에 낙찰됐습니다.” 경매사가 낙찰액수를 확정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 미술품 중 최고 판매가를 다시 쓴 작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화 김환기(1913~1974)의 전면점화 ‘무제 27-VII-72 228’이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K옥션 열린 여름경매에서 54억원에 낙찰되며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판매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45억원에 경매를 시작한 ‘무제 27-VII-72 228’은 5000만원씩 호가를 높여가며 현장과 서면, 전화 등 열띤 경합 끝에 현장에 참석한 미술품 애호가에게 54억원에 팔렸다. 한국 작가의 미술품이 5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가 작품은 지난 4월 제18회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팔린 김환기의 1970년 작품인 ‘무제’(Untitled)였다. 당시에도 10회가 넘는 경합 끝에 약 48억 6750만원(3300만홍콩달러)에 낙찰됐다.
‘무제 27-VII-72 228’이 최고가를 경신함에 따라 국내외 미술품 경매에서 거래한 한국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 1위부터 4위까지를 모두 김환기가 차지하게 됐다. 2위 ‘무제’(48억 6750만원)에 이어 3위가 ‘19-VII-71 209’(47억 2100만원), 4위가 ‘무제 3-V-71 203’(45억 6240만원)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김환기가 뉴욕시절에 그린 전면점화로 네 작품의 합계만 해도 196억원에 달한다.
전남 가좌도 출신의 김환기는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이중섭과는 달리 1930년대부터 추상화에 몰두하며 고전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추상화를 추구해 왔다. 대학교수 등 국내서 화가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버리고 1970년대 초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뒤 특유의 반구상과 반추상을 변주하며 마침내 전면점화라는 자신만의 추상적 조형언어를 완성,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경매 전부터 뜨거워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박수근의 ‘빨래터’ 이후 해외 경매에서 경신하던 한국작가 최고가 기록을 이번 국내 경매에서 경신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미술부문으로 22억원에 출품해 관심을 모은 김정호의 채색본 ‘대동여지도’는 유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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