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번 울려퍼진 천황 폐하 만세...日에서도 “기분나쁘다”

"전쟁 당시 만세 부르며 죽어간 日병사 떠올리게 해"
운영 관계자가 만세 계속 유도…"보수 측 의도 반영"
  • 등록 2019-11-12 오후 5:29:02

    수정 2019-11-12 오후 5:29:02

△9일 일본 황거 앞에서 열린 즉위 행사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일본 국기를 들고 만세를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9일 있었던 일왕(일본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일본인에게조차 기묘한 광경이 연출됐다. “천황 폐하, 만세”라는 함성이 48번이나 이어진 것.

만세 삼창이라는 말이 있듯 일본에서도 만세는 3번이 기본이다. 그러나 일왕 부부가 퇴장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진 만세에 일본에서조차 “전쟁 당시를 보는 듯해 기분이 나쁘다”며 논란이 분분한 모습이다.

끝없이 이어진 만세 합창은 운영 관계자의 유도로 일어났다. 당초 정해진 식순으로는 이부키 분메이 전 중의장이 기념사를 한 후 만세 삼창을 한 후 박수를 하면서 끝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에서도 마이크를 쥔 사회자가 “천황 폐하, 만세”라고 계속 외치면서 이날 행사에 참여한 3만명의 군중들 역시 이끌리듯 만세를 외쳤다.

이날 행사는 생중계로 진행돼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언제까지 하는 거냐”, “뭔가 무섭다”는 감상이 쇄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치며 죽어갔던 전쟁 당시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비판도 있었다. 만세 합창이 일왕 부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물론 “경애와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뿐 아닌가”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있다.

일각에서는 만세 합창을 유도한 것이 운영자 측이라는 점을 주목해 “전쟁 당시처럼 일왕의 권위를 높이고 싶다는 보수파의 생각이 나타났다”(카와이 히데야 일본 역사학자·나고야대학·대학원 준교수)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즉위식 운영 관계자는 이부키 전 의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연맹과 경제단체연맹(우리나라 전국경제연합 격), 일본 상공회의소 등 민간단체가 구성한 ‘축하위원회’이다. 위원회에는 일본 최대의 극우단체 ‘일본회의’도 참가했다. 주최자 리스트에는 일본 극우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사쿠라이 요시코와 신사본청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개헌을 통해 일본을 ‘보통국가’로 되돌리자는 일본 극우세력의 핵심 인사다.

하라 다케시 방송대학교 교수는 “헤이세이(平成·일본의 연호로 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와 달리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스크린을 통해 일왕 부부의 표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작 일왕 부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지 않고 만세를 계속하는 모습은 분명히 이상했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이번 행사에서 일본의 대표 아이돌인 ‘아라시’(嵐)가 노래를 부른 데에도 정치적인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황실에 관심이 없는 계층까지 관심을 높이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TV에서는 축하곡을 부른 아라시 멤버들이 무대 앞쪽에서 만세 합창에 맞춰 손을 들어올리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가와이 준교수는 “천화폐하 만세라는 말은 옛날 천황 숭배나 군국주의를 유도하기 위한 말이었다”며 “참가자들은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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