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헬릭스미스(084990) 본사 앞에서 만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주주들은 기자에 한목소리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에 대해 성토했다. 이날 주주 제안으로 헬릭스미스 경영진 해임 여부가 결정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장은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지침으로 50명만 들어갈 수 있게 제한됐다. 8시55분 시작된 주주들의 입장은 9시28분에서야 끝났다. 예정한 주총 시작시각 9시가 훌쩍 지났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위임장 집계만 오후 3~4시께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주총 결과는 오후 6시 넘어서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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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대로라면 약 1년 후 김 대표가 지분을 내놓고 물러날지, 아닐지 결정된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김 대표에 또 한 번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신뢰에 많은 금이 갔다는 게 이유다. 한 주주는 “회사에서는 우리 뒤에 세력이 있다고 하는 데 없다”며 “김 대표 약속을 믿을 수 없는 소액주주들이 모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주주는 “내년 10월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분노’는 엔젠시스 임상 3상 실패와 이로 인한 주가 10분의 1 토막 때문만은 아니다.
헬릭스미스는 2019년 8월 1496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향후 2년간 추가 유증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를 뒤집었다. 작년 9월 2817억원 규모(최종 1612억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경영진은 참여하지 않았다. 10월에는 2016년부터 5년간 파생결합증권(DLS) 등 68개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해 큰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과거 유증 당시 한 “안전성 높은 금융상품에 예치해 운용하겠다”는 약속에 배치됐다.
이번 사태는 경영에 있어 주주와 회사간 ‘신뢰’가 얼마나 중차대한 사안인가를 새삼 되뇌게 한다.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은 김 대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은 통제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의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