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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7·30 재보선 격전지에 출격한 여야 거물 정치인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와 김두관·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등은 정치신인에 패해 타격을 입은 반면,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는 호남에서 승리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차기 대권가도 차질빚은 손학규
수원병(팔달)에 출마한 손학규 후보가 대표적이다. 손 후보는 44세의 정치신인 김용남 후보에 일격을 당했다. 수원팔달이 수십년간 여권의 안방이긴 했지만, 손 후보의 ‘이름값’이 월등했던 까닭에 패배하리란 관측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특히 그는 지난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여당의 텃밭으로 사지(死地)로 불린 경기 분당을에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는 이변을 일으킨 저력도 있었다. 게다가 손 후보는 민선 3기 경기지사로서 지난 2002년부터 4년간 팔달에서 일해 그리 낯선 곳도 아니었다.
이명박정부 당시 대통령실장을 지냈던 3선 중진 출신 임태희 후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상 ‘적진’인 경기 수원정(영통)에 전략공천돼 원내 입성을 노렸지만, MBC 보도국장 출신 정치신인 박광온 새정치연합 후보에 졌다. 이번 수도권 재보선 6곳 가운데 수원영통이 여권의 유일한 패배라는 점에서 임 후보에 대한 책임론은 더 비등해질 수 있다.
김포에 출마했던 김두관 후보도 정치신인인 홍철호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경남지사까지 역임한 거물급 김 후보는 여권 안방인 김포에서 한때 홍 후보를 맹추격하는 저력을 보였지만, 끝내 패배하고 말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적진에 투입된 거물급 ‘해결사’들이 고배를 마신 것은 여야 전략공천의 실패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은 정치적 재기를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한 거물들보다 신인이라도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온 인사들을 더 선호한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호남서 ‘일대 사건’ 일으킨 이정현
반면 야권 텃밭인 호남에 혈혈단신 뛰어든 이정현 후보는 이번 재보선 최고스타로 꼽힌다. 친박 실세인 그는 ‘지역발전론’을 들고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서갑원 새정치연합 후보를 껐는 파란을 일으켰다.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로 주목할 만하다. 나 후보가 원내에 입성하면 새누리당 소속 여성 의원으로는 유일한 3선 중진이 된다. 여권 내 대표 여성 의원으로 활약하면서 추후 대권주자로 오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