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이규태(66) 일광공영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전자전훈련장비(EWTS) 무기 도입 사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려 9617만달러(한화 약 1101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또 이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 권모(60) 전 SK C&C 상무와 조모(49) 전 솔브레인 이사를 함께 구속 기소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997년 10월 신규 EWTS를 해외에서 사기로 했다. 이후 2002년 9월 국내에서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변경했으나, 200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KT-1 훈련기 40대를 터키에 수출하는 대신 EWTS를 터키 하벨산사로부터 구매하기로 했다. 2009년 방위사업청은 하벨산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EWTS 획득 방법이 국내 연구·개발에서 국외 구매로 변경되기 이전에 구매 방법과 예산 정보를 입수했다. 이 회장은 권씨와 함께 하벨산사를 만나 EWTS 공급가격을 부풀리기로 모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과 EWTS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조작한 비용 자료를 제출했다. EWTS 핵심 기술을 국내 협력업체인 SK C&C가 연구·개발하기 때문에 공급대금의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애초 하벨산사가 국내업체 참여 없이 직접 공급할 경우 책정했던 공급가격 5120만달러보다 2배 가까이 부풀려진 금액인 9617만달러에 계약했다.
방사청으로부터 받은 EWTS 대금은 이 회장과 하벨산사, SK C&C가 나눠 가졌다. 이 회장이 중개 수수료 명목 등으로 챙긴 금액은 총 216억 8000만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