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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업 분할을 발표한 직후 열린 기업 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배터리 사업의 분할 목적에 대해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CFO)은 “향후 투자 재원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선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독립시킨 후 다양한 재원 조달 방안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판매량 기준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배터리 제조사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세계 공장에서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2025년 200GWh→2030년 500GWh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투자에 들어가는 재원만 향후 5년 동안 18조원에 달한다. 배터리 사업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이 그린(Green·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데 12조원을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투자 재원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창출하는 영업현금흐름과 합작공장 파트너로부터의 투자, 투자 지역 정부로부터 받는 인센티브 등 여러 재원 조달 방안을 언급했지만 업계는 신설법인인 SK배터리(가칭)의 IPO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친다.
이날 발표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2분기 영업손실은 979억원으로 3분기 만에 영업손실 규모가 1000억원 아래로 축소됐다. 매출액도 지난해 1분기에는 2888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1분기 5263억원, 2분기 6302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3분기부터 배터리 사업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2022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이후 2025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 후반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실적 개선세를 고려했을 때 이번 분할엔 SK배터리가 올해 말 IPO에 착수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상장하는 데까지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IPO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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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과 함께 독립해 SK이엔피(가칭)로 출범을 앞둔 석유개발(E&P) 사업은 석유 생산 단계부터 탄소 발생을 최소화해 석유 정제·사용 단계에서의 탄소를 포집해 다시 지하 깊은 구조에 영구 저장하는 그린(Green·친환경) 사업을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두 사업을 떠나보낸 SK이노베이션은 제2, 제3 배터리가 될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 우선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을 본격화한다.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을 사업화해 2025년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BMR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와 차세대 배터리 분야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을 방침이다.
상반기 영업익 3년 만에 1조원 돌파…주가는 하락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에 장중 전날 대비 8%가량 급락했지만 점차 하락 폭을 만회하며 3.75% 내린 2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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