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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은 4일 서울시의회 본관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7년 전 가을,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그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런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자신을 ‘야권 대표선수’로 표현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다”며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주시길 호소한다”고 했다.
아직 민주당 경선이 남아 있지만, 박 시장이 경선에서 승리하면 7년 만의 빅매치가 이뤄진다. 두 사람의 복잡한 인연이 다시 관심을 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0%에 달하던 안 위원장은 5% 안팎의 지지를 받던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사실상 박 시장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이날 안 위원장이 출마선언한 장소나 발언 역시 박 시장을 다분히 의식한 듯 보인다. 서울시의회를 택한 배경을 두고 안 위원장 측은 “민의를 최우선으로 받드는 각오를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부연했으나 박 시장의 ‘앞마당’을 정조준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년 전 양보에 대해 “박 시장이 잘할 것이라 믿었다”면서도 “서울은 수 년간 조그만 변화는 있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서울시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박 시장을 직격했다. “서울시 예산이 효율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쓰여졌는지 많은 시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예산 체계를 만들고 제대로 쓰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했다. ‘서울시 일부 예산이 박 시장에게 우호적인 시민단체를 지원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양보론’에 대해서 일축했다. 7년 전 박 시장이 안 위원장에게 신세를 진 만큼 이번에는 박 시장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양보받아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서울시민들이) 어떤 후보가 서울을 바꾸고 혁신하며 안전한 서울로 바꿀 수 있을지 보고 판단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까지 판세로는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박 시장의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변수는 야권연대 가능성이다. 일단 안 위원장은 한국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선 강하게 선을 그은 상태다. 한국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겨냥해선 “서울에 살고있지 않는 분이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큰 실례”라며 깎아내렸다. 안 위원장은 당분간 자신을 야권 대표주자로 인식시키고 박 시장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권의 당선가능성을 높이기위해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않는 등의 묵시적 연대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