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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등 주요 제품의 공급망(Supply chain)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색하고 나섰다. 당장 전기자동차(EV) 생산 확대에 따른 배터리 수주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향후 안정적인 공급망까지 확보할 수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각 부처에 공급망 개선 및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행정명령에 이르면 이달 중 서명키로 했다. 니혼게이자이가 입수한 이 행정명령 초안에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최근 중국이 수출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희토류와 각종 필수 의료품 등을 대상으로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대비 미국 내 배터리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향후 CATL 등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의 배터리 생산능력(CAPA)은 올해 말 기준 60GWh 미만 수준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각각 450GWh, 170GWh 등이며 한국은 19GWh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이미 2~3년 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를 시작한 반면 미국은 트럼프 재임기간 중 셰일가스에 집중하면서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며 “앞으로 배터리가 ‘신(新) OPEC’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동맹국인 국내 기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미국 공장 캐파가 충분하고 앞으로도 GM JV를 통해 캐파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전망인 만큼 사업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미국 공장을 기반으로 향후 적극적으로 캐파 확대 전략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1년 9월 미시간주 올랜드에 전기차배터리 1공장을 준공하고 그 다음해 1월부터 배터리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6000억원을 투자한 1공장의 생산능력은 5GWh로 주요 고객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다. LG화학은 또 작년부터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전기차배터리 2공장을 준공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2공장은 GM과의 합작법인으로 GM 캐딜락 브랜드 등 30여 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가량을 투자해 21.5GWh 규모의 캐파를 갖춘 1(9.8GWh), 2(11.7GWh) 공장을 건설 중이다. 1공장은 현재 기계적 완공을 마무리하고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시험 가동을 시작해 2022년부터 폭스바겐에 납품될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게 된다. 2공장은 2023년 상업 가동해 포드 전기차에 납품될 예정이며 포드의 대표 전기차모델인 전기트럭 F-150시리즈에 전량 공급된다.
업계에서는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파장이 마냥 장밋빛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이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를 제외하고 한국산 배터리 등 비 중국산 배터리만을 쓰는 대신 중국 기업에도 공급하지 말 것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내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수주 전략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