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손실 4000억 예상…은행권 '속앓이'

2차 대출도 조기 소진 예상
판매손실 앞당겨 2분기 반영…주택채권 운용문제도 골치
임종룡, 은행장들에 감사 문자
  • 등록 2015-03-30 오후 8:32:53

    수정 2015-03-30 오후 10:26:37

안심전환대출 2차분 20조원이 추가공급된 30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NH농협 은행 본점 영업부를 찾은 한 시민이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영수 김동욱 정다슬 기자] “새벽 3시에 출근해서 저녁 12시나 되어야 퇴근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있습니다. 누구 한 명 쓰러져야 은행 쥐어짜는 정책이 없어질 텐데 말입니다.”

지난 24일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이 4일 만에 20조원이 전액 소진됐지만 은행권은 달갑지 않다. 당초 예상했던 4000억가량의 손실 반영 시점이 앞당겨진데다,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면서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2차 판매 첫날 은행에 고객 몰려

30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국민은행 지점. 9시에 지점 문이 열리자마자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이 지점은 오전 내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오후 2시에 발급된 번호표는 이미 60번을 찍었다. 대기하는 시간이 50분을 넘기자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농협은행 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에만 총 30여명의 고객이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마쳤다. 직원들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챙기느라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안심대출 판매 2차 판매가 시작된 이 날 각 시중은행 대출창구에는 금리혜택을 보려는 수요자가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1차 때 수요자가 몰려 2차 땐 다소 잠잠하지 않겠냐는 예측은 그대로 빗나갔다.

한 시중은행 영업팀 팀장은 “이미 예상한 대로 2차 안심대출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만큼 이번 2차 역시 조기에 한도 20조원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자금 운용 애로

당초 정부와 16개 은행이 안심전환대출 판매를 계획했을 당시에는 20조원이 점진적으로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출시 4일 만에 모두 소진되자 정부와 은행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16개 은행이 1·2차 판매 물량인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당장 올 2분기(4∼6월) 내에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초 순차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손실 반영 시점이 앞당겨지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총 4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판매 손실을 약 4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350조원) 취급액 중 2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의 손실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도 일정 손실이 불가피하다.

주택저당채권(MBS) 매입에 따른 자금운용도 문제도 심각하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시에 몰리면서 자금 운용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했다”며 “40조원 규모의 MBS를 단기물(2~3년) 중심으로 일정 기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물의 일시적인 품귀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택금융공사가 안심전환대출의 추가 판매 계획이 없다고 발표함에 따라 향후 은행의 대출 금리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추후 은행 보유 MBS 매각 과정에서 시장 금리변동 가능성 등이 오히려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근시간 1시간 앞당기고 새벽까지 근무

안심전환대출 판매 이후 은행권의 업무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2차 판매가 시작된 30일에도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인 대부분 시중은행은 일선 지점의 출근 시간을 평소보다 한 시간 넘게 앞당기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지난 금요일(27일) 안심대출 판매가 끝난 줄 알고 있었는데 일요일(29일)에 곧바로 2차 판매가 결정되면서 오늘 2차 판매 준비를 위해 전 직원이 출근을 1시간가량 앞당겼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 판매에 따른 은행권의 피로가 누적되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노)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안심전환대출 판매를 즉각 중단할 것을 금융위원회에 요구했다.

금노 관계자는 “수 많은 대출자들이 은행 창구로 몰려든데다 전환대출 요건이 되지 않는 성난 고객들의 폭언에 시달리며 은행원들은 새벽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살인적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융위의 강압에 못 이겨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금노 및 은행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9일 금융지주회장·시중은행장 등에게 “(안심전환대출)기지원분 20조원 집행에 은행직원들이 정말 수고 많았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 때 묵묵히 감당해준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문자(SMS)를 보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어 “추가 20조원 지원 부담이 크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가계부채는 힘들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것이 금융권이 해야할 의무이자 과제라고 생각했다”며 “넓은 이해를 바라며 소속 직원들을 격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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