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간식' 치킨, 정말 3만원이 적정 가격일까?[궁즉답]

점주들, 배달앱 중개 수수료 부담 커져
치킨 한 마리 팔면 1500~2000원 남아
배달 붐에 프랜차이즈 최대 실적 행진
"본사, 유통마진·로열티 줄여 상생해야"
  • 등록 2022-04-05 오후 5:19:36

    수정 2022-04-06 오전 9:23:20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Q: ‘국민간식’ 치킨이 적정 ‘몸값’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치킨업계 1위(매장수 기준) 제너시스비비큐(BBQ)를 운영하는 윤홍근 회장의 “지금 치킨(가격)은 2만원이 아닌 3만원 정도 돼야 한다”는 발언이 기폭제가 되면서다. 정부가 매주 공개하는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에 따르면 현재 치킨 1마리(프라이드치킨 기준) 소비자 가격은 평균 약 1만7000원꼴이다. 업계 일각에서 판매가가 이보다 2배 가까이 올라야 수지 타산이 맞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과연 ‘치킨 3만원’이 적정 가격일까.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A: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업계에 따르면 치킨 1마리가 배달을 통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약 10여개 비용 항목이 가격에 반영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원재료비’(약 50~55%)로 생닭(염지·절단 등 계육 가공 포함)과 파우더(밀가루 등 튀김옷) 및 양념, 식용유, 각종 기본 제공 소스·치킨무·음료, 포장용 골판지박스 및 비닐봉투와 같은 부자재 등이 포함된다.

최근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늘면서 플랫폼 입점·거래 수수료 및 라이더 배달비(소비자 부담 배달비 별도)와 같은 ‘서비스비’(약 25~30%)도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가맹점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매장 판매관리비, 가맹점 분담 광고비 또는 브랜드 로열티 사용료 등 ‘매장운영비’(약 10%)와 ‘마진’(약 10%)이 붙어 평균 약 1만7000원(기본 프라이드치킨 기준)의 치킨 1마리 값이 매겨지는 구조다.

쉽게 말해 동네 치킨집 사장님이 닭 1마리 팔면 이것저것 다 떼고 단돈 1500~2000원을 순수익으로 손에 쥐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8년째 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하루에 치킨 100마리를 판다고 했을 때 15만~20만원이 남고 쉬는 날 없이 한 달 내내 장사해야 500만원 정도 번다”면서 “이마저도 배달비까지 포함된 전체 매출에 부과되는 자영업자 종합소득세 과세와 인건비라도 아껴 보고자 온 가족이 뛰어든 노동력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배달 플랫폼을 통한 소비가 활성화되기 이전인 2018년쯤 월 1000만원씩 벌던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치킨 원·부자재 수급 가격은 큰 차이가 없는데 ‘배달 중개 수수료’ 지출 부담이 확실히 크다”면서 “고객이 배달앱을 통하지 않고 전화 혹은 자사앱으로 주문하면 이 비용이 굳으면서 치킨 1마리당 4000원가량 수익으로 남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의 평균 중개 수수료는 약 11.4%에 달한다. 치킨집 사장님이 1만7000원짜리 치킨 1마리를 팔면 남기는 수익(약 1500~2000원)만큼 배달앱에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매장과 소비자가 함께 일정 부분씩 부담하는 라이더 배달비는 별도다.

그렇다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맹본부)의 수익구조는 어떨까. 주 수익은 가맹점과의 각종 원·부자재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익가맹금(유통마진)과 브랜드 로열티(사용료) 등에서 비롯한다. 치킨 판매를 위한 생닭 유통은 ‘양계장→도계장→본사→가맹점’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각 단계별로 한 마리당 운반비와 인건비, 공정비, 관리비, 광고비 등이 더해져 가맹점에 전달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계 1위(매출액 기준)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F&B)의 지난해(2021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13.4% 증가한 5076억원, 영업이익은 약 0.2% 감소한 4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매출액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은 약 8.1%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도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BBQ는 지난 2020년 매출액 약 3256억원과 영업이익 55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약 32.1%와 119.3% 급증한 규모로 영업이익률은 약 16.6%다. bhc는 지난 2020년 매출액 약 4004억원과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각각 약 25.7%와 3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2.5%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배달 음식 수요에 따른 치킨 소비 증가세와 함께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만원 치킨’을 순순히 납득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수익구조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각종 원·부재료 유통마진과 광고비 등 브랜드 로열티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남는 이윤을 가맹점에 돌려주는 등 상생을 위한 내부적 노력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간식 치킨이 3만원이 되지 않도록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량이 큰 닭고기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방안과 함께, 본사가 수익구조 개선 등 경영 혁신을 통해 소상공인 가맹점의 부담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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