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고하지 말라..경고음을 들어라

  • 등록 2014-09-01 오후 7:50:05

    수정 2014-09-01 오후 7:50:0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크다. 그러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한 번도 ‘디플레이션’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물가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CB도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인정하지 않는다. 디플레이션을 인정함과 동시에 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디플레이션’ 발언은 의아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달 28일 한 경제포럼에서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여전하다. 단순한 실언이라면 우려스럽지만 그럭저럭 넘길 만하다. 그러나 이는 최 부총리가 부임 당시 언급했던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될 수 있다’에 이은 경고성 발언 2탄이다.

정책당국자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이에 맞는 정책을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공포마케팅에 가깝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 같은 논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던 화두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구조개혁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처방은 일본 아베노믹스와 같은 돈 풀기였다. 일본은 경제가 오랜기간 침체돼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을 위한 좋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일본만큼 경제가 바닥인가. 최 부총리는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3.7%로 내놓고 실체가 없는 심리를 걱정한다.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지, 정책당국자의 공포마케팅에 위축돼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에 맞짱구치며 주류 경제학자들은 아베노믹스 같은 정책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경고음들은 끊이지 않는다. 리테쉬 마헤시와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총괄 전무는 최경환 부총리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단기적으로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그 이후에 혁신적인 개혁 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단기 조치들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축소에 나선 반면, 우리나라만 연 평균 8.7% 가량 부채를 늘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 부총리는 대책 없는 경고를 멈추고, 눈에 보이는 빚이 내는 경고음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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