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신화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 조치는 다음 달 5일부터 시작되며 이번 조치로 5대 국유기업 등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기존 16.0%에서 15.5%로, 중소은행의 지준율은 14.0%에서 13.5%로 각각 낮아지게 된다.
지준율은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자금 비율을 뜻한다. 지준율을 낮추면 은행이 예치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게 되고 대신 시중에 도는 자금의 양(유동성)은 풍부해진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약 7000억위안(119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지준율 인하가 부채출자전환을 가속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이미 이달 발표한 5월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했고 특히 투자와 소비 등 내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가운데 미중간 무역전쟁 갈등이 가시화되면 경기 둔화는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찻잔 속 바람’이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마찰은 날이 갈수록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미국의 첨단기업을 인수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소식통들은 중국 지분의 기준이 25%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2025’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중국의 역린을 또한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IT, 우주, 전기자동차, 생명공학 등 10개 분야에서 글로벌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로 ‘중국 제조 2025’를 추진 중이다. IT에서 보조금을 폐지하고 기술 약탈을 멈추라는 게 미국의 주장인 만큼, 중국과 미국은 갈등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이 지준율을 인하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무역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디게 진행된다 해도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양국의 협상이 더디게 이뤄지며 미국과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도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