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례 안한 병사 훈계하다 대법원까지 간 지휘관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 카투사 상병과 '폭행' 시비
육군 검찰 기소…1심 법원, 단장에 '유죄' 판결
2심 "군형법상 한국군 기지 아냐"…1심 파기
육군 상고…'영내 폭행죄 특례' 첫 대법원 판단 주목
  • 등록 2020-02-13 오후 4:24:55

    수정 2020-02-13 오후 4:24: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주한미군 기지에 근무하는 카투사에게도 한국군형법에 따른 ‘반의사불벌죄’ 특례가 적용될까.

지난 2018년 3월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인 A대령은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에서 지휘관인 자신과 마주치고도 경례를 하지 않은 카투사 B상병을 불러세웠다. 그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뺨을 ‘톡톡’ 두드리는 정도의 신체접촉을 했다고 한다.

불쾌감을 느낀 B상병은 이를 고발했고 육군본부 군 검사는 A대령을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B상병은 1심 진행 과정에서 A대령과 합의했고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A대령 측은 당시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수준으로 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장병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대령 측은 항고했는데,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해 말 판결에서 1심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하 군사시설보호법)에서 정한 곳이 아닌 외국군 기지이고, 피해자가 이미 합의한바 있어 공소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A대령을 변호한 김경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군형법상 미군기지와 한국군 기지는 구별된다는 최초의 군사법원 판결”이라면서 “군형법은 대한민국 군대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미군기지에서 대한민국 지휘관이 그 병사의 신체를 접촉했다고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게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등법원 “미군기지서는 폭행죄 특례 적용안돼”

법적으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라는 얘기다. 즉,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면 소송 자체도 무효가 된다.

하지만 군은 구타 등 병영 내 가혹행위가 문제가 되자 영내에서 벌어진 군인간 폭행 및 협박 사건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군형법을 2016년 개정했다. 상관의 압박과 후환 등의 이유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군 문화가 있어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안 개정 과정에서 사람 중심이 아닌 군사기지 등의 장소 기준으로 적용 대상을 정의함으로써 영외에서의 군인간 폭행과 협박 등은 형법에 따라 반의사불벌죄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 특례가 적용되는 곳은 군사시설보호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장소다.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부대의 주둔지, 해군기지, 항공작전기지, 방공기지, 군용전기통신기지, 그밖에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라고 명시돼 있다.

이번 사건에서 2심은 미군 주둔지인 캠프 험프리스가 군사기지로서 군사시설보호법 제2조 제1호의 군사기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존 형법을 따라야 하니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공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軍 검찰 “관련법, 외국군 기지에도 적용돼”

하지만 육군 검찰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군사시설보호법 제2조 제1호의 군사기지는 외국군 군사기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합의가 있더라도 폭행죄가 성립된다는 주장이다. 군사시설보호법 제23조에서 ‘이 법은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주류하는 외국군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부각시켰다.

군 검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경호 변호사는 “군사시설보호법 제23조의 존재이유는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사기지에 외국군의 군사기지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군검사의 주장과 같은 해석을 하려면 법률에 특정해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검사의 주장은 명확성의 원칙과 확장 해석 금지의 원칙을 내용으로 하는 죄형법정주의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이 사건은 처음부터 군검사가 수사할 권한이 없는 사안을 수사를 했고, 1심 군사법원이 이를 바로 잡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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