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귀하느니 회사 옮긴다”…美이직률, 20여년만에 최고

4월 美이직률 2.7%…2000년 이후 최고치 기록
‘재택’ 맛본 美직장인, 유연근무 선호 영향
기업들은 높은 실업률 불구 구인난 심화
"있던 직원이라도 붙잡야야"…임금인상 압박
  • 등록 2021-06-14 오후 6:20:42

    수정 2021-06-14 오후 6:20:42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위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이직률이 지난 20년여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재택근무’ 맛을 본 수많은 미 직장인들이 사무실 복귀보다 재택근무가 지속 가능한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기존에 다니던 직장의 저조한 임금 인상률과 복지혜택 등도 이직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 노동부는 올해 4월 직장을 떠난 미 근로자 비율이 2.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1.6%와 비교해 1.1%포인트 대폭 상승한 것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 근로자들의 이직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은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미 금융회사 푸르덴셜이 최근 노동자 2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분의 1이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은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원격 근무의 유연성을 선호하게 된데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어서 사무실로 복귀하느니 차라리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 직장인들의 대표 플랫폼인 블라인드가 최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45개 대기업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구 재택근무와 연봉 3만달러(약 3300만원) 수준의 급여 인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64%가 재택근무를 택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모닝컨설턴트에 의뢰해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40% 가량이 원격·재택 근무를 선택하지 못할 경우 사직을 고려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근무기간이 짧을수록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상당수 직원들이 입사와 동시에 재택으로 일을 시작해 한 번도 회사에서 ‘대면 근무’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동료 등과 함께 어울릴 기회가 없었던 만큼 쉽게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수당 탓에 사람들이 급하게 일자리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며 일자리가 넘치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특수한 시기와 상황이 도래하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더 낳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링크트인의 인력 담당 컨설턴트인 스티브 캐디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대규모 인력 이동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고용주들이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회복 국면에 돌입, 구인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어서다. 앞서 미 노동부는 4월 기업 채용공고가 930만 건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월 812만3000건으로 처음으로 800만 건을 넘어선데 이어 120만건 가량이 더 늘어난 것이다. 반면 4월 채용은 610만 명에 그쳐 일자리 약 320만개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이 6%로 여전히 높은 수준임에도 역대급 구인난에 시달린 셈이다.

이에 수많은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붙잡거나 대체 인력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구인난으로 이미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까지 떠나게 되면 경영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임금 인상을 이미 실행에 옮겼거나 향후 인상을 예고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특수’에 호황을 누렸던 기업들은 속속 임금을 올리고 있다. 대형 로펌이 대표 사례다. WSJ은 올해 뉴욕과 보스턴 소재 로펌 입사를 앞둔 초임 변호사들이 평균 20만달러(약 2억 23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법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고객들과의 대면 상담이 급감해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 대형 로펌들은 지난해 두 자릿수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덕분이다.

앞서 아마존은 전날 미국과 캐나다에서 직원 7만5000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신입 직원에겐 평균 17달러 시급과 보너스 1000달러를 약속했다. 아마존은 지난달에도 10억달러(약 1조 1200억원)를 들여 현직 근로자 50만명 이상의 시급을 0.5~3달러씩 올려주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 역시 미 직영점 근로자 3만 6500여명의 시급을 지금보다 평균 10% 올려 13달러 이상씩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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