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트럼프…감세·中관세유예 카드 만지작

다급한 트럼프 적극적 경기부양책 검토
경기침체 우려에 민주·언론·‘합작품’ 음모론 제기
트럼프 “美경제는 단연코 세계 최고” 반박
  • 등록 2019-08-20 오후 7:50:06

    수정 2019-08-20 오후 7:50: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민주당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경제가 나빠지도록 시도하고 있다. 아주 이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권 당시 경제지표가 좋았을 때 트럼프는 이를 ‘가짜’라고 했다. 지금은 같은 통계를 놓고 ‘진짜’라고 한다. 누가 음모론자인가.” (미국 유력 언론인 캐서린 램팰)

19일(현지시간) 이른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놓고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때아닌 ‘음모론’이 부상했다. 경기침체 공포가 야당인 민주당과 리고 반(反) 트럼프 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기침체 공포를 사실상 ‘정치쟁점화’ 한 셈이다.

R의 공포가 ‘음모론’?

경기침체 공포는 지난 14일 장중 미국 국채의 장·단기(만기 10년·2년) 금리가 역전됐다는 소식에서 시작됐다. 당시 다우지수가 올 들어 최대 폭인 800포인트(3.05%) 하락하며 글로벌 증시의 ‘도미노 급락’을 촉발했다.

경기침체 공포를 몰고 온 건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0년·2년물 금리역전은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이후 예외 없이 모두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앞선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직전에도 어김없이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경제 전문가의 74%는 오는 2021년까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금리역전 현상만으로 침체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금리역전은 역사적으로 침체 신호였지만, 여러 다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과거보다 덜 정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조업이나 부동산 지표 등 일부 불안요인이 상존하긴 하지만, 경기 평가 때 핵심 지표인 미국의 고용과 소비는 여전히 ‘탄탄대로’다. 7월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을 이어갔으며, 7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7% 증가, 시장 예상치(0.3% 증가)를 훌쩍 넘어섰다. 아직 특별한 침체 요인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침체 우려를 일종의 ‘음모론’으로 몰아간다. 지난주 트윗에선 “가짜뉴스 언론은 나와 내 재선에 나쁠 것이라는 생각에 경제를 추락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했고, 19일엔 “민주당은 경제가 나빠지도록 하기 위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취임 이후 가장 불길한 경제적 신호에 직면한 트럼프가 이제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의 음모라는 식의 음모론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하는 언론인 램팰은 “트럼프에겐 경제가 잘 나갈 땐 진짜 뉴스고, 하강할 땐 가짜뉴스”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은 여론의 변화다. 최대 조력자인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까지 민주당 후보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16일 폭스뉴스는 자체 여론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양자 대결에서 38%대 50%, 12%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39%대 48%),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39%대 46%),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39%대 45%)에게도 모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트럼프의 언행 ‘불일치’

트럼프의 최근 행동은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그의 공언과 판이하게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4일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하자 트럼프는 긴급 컨퍼런스콜을 통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대표들에게 미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진단을 요청했다. 지난주 팀 푹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던 트럼프는 전날(18일) 기자들에게 “관세를 내지 않는 매우 훌륭한 기업(삼성)과 경쟁하면서 관세를 무는 것은 애플에 힘든 일”이라고 언급, 애플에 대한 관세 면제를 시사하기도 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 카드도 적극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여세(payroll tax. 근로소득세) 인하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고, 트럼프의 핵심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10% 감세안’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리스크인 미·중 무역전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예고했던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관세 부과 시점을 일부 품목에 한해 오는 12월15일로 늦추고 일부는 철회한 데 이어 19일엔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규제(Entry list·블랙리스트) 유예 조치를 오는 11월18일까지 석 달간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딜레마’에 빠져 더 세게 치고 나갈 수도, 인제 와서 발을 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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