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돈줄 죄기' 예고…양적완화 시대 저문다(종합2보)

유럽중앙은행,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첫 시사
유럽경제 상승세…미국 등 주요국 장기금리 급등
韓 장기금리도 올라…'금리 급등' 탠트럼 우려도
드라기와 만나는 李총재…귀국 이후 발언 관심↑
  • 등록 2017-06-28 오후 5:44:00

    수정 2017-06-28 오후 6:33:39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양적완화의 시대가 저무는 것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 긴축의 칼을 빼들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당장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채권시장은 깜짝 놀라며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급등했다. 국내 시장도 출렁였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채권금리가 단기 급등하는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충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CB의 테이퍼링 첫 시사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6.0bp(1bp=0.01%포인트) 상승한 2.178%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한 건 채권가격이 하락(채권 약세)한 것을 의미한다. 10년물 금리가 상승한 건 지난 19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특히 템플턴 펀드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현물 채권을 대거 매도했다.

국채선물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13틱 내린 109.27에 거래됐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68틱 하락한 124.95에 마감했다. 틱이 하락하는 건 그만큼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외국인은 국채선물 역시 큰 폭 팔았다.

이는 간밤 ECB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시사하면서 주요국 금리가 급등한데 따른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럽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 연설에서다. ECB는 일본은행(BOJ)과 함께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유이한 중앙은행이다.

실제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6.99bp 상승한 2.2097%에 거래를 마쳤다. 이 정도 상승 폭은 지난 1월18일(10.60bp↑) 이후 가장 큰 것이다. 10년물 금리는 연준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도 이례적으로 2.1%대의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곧바로 2.2%대로 올라섰다.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7월 정례회의를 앞두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월 정례회의 때는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던 테이퍼링 논의가 없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시장이 당시 그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봤던 이유다.

시장 한 관계자는 “6월 회의 때 나올 법했던 테이퍼링 얘기를 7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했다는 건 시사하는 게 있다”면서 “올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끝내는 건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이고 7월부터는 테이퍼링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가 자신감을 보일 만큼 최근 유럽 경제는 상승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0.2%)를 훌쩍 뛰어넘는 1% 중반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1.7%씩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대표적이다. ECB의 전망치는 1.5%다. 또다른 주요 요소인 임금 상승률은 아직 1% 초반대의 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유럽 경제는 최근 세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주요국의 장기금리도 급등했다. 독일 국채(분트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48bp 오른 0.3689%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7일(15.62bp↑)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도 11.82bp 상승한 0.7205%에 마감했다. 영국(8.08bp↑) 이탈리아(13.06bp↑) 스페인(7.59bp↑) 덴마크(6.45bp↑)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사 발언이 전해진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등 각국 채권시장이 화들짝 놀라며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28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6.00bp 올랐다.


국내 시장금리 급등 우려

시장 일각에서는 테이퍼 탠트럼 우려도 나온다. 탠트럼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의 시각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국 장기금리가 낮을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나중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금리 수준을 보면)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는 각국 통화당국은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당장 우리나라부터 여기에 해당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매파 색채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7일 2.118%로 지난 1월24일(2.102%) 이후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시장금리 상승은 곧바로 각종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드라기 총재와 함께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귀국 후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다. 한은 관계자는 “ECB 포럼에 참석한 중앙은행 총재들끼리 논의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고위인사는 “최근 국제회의 때 머리를 맞대는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의 고민은 비슷한 걸로 안다”면서 “장기간 이어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언제 어떻게 마무리할 지에 대한 것이 주요 화두”라고 했다.

이 총재는 귀국 직후인 다음달 4일 오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발언하는데, 국내 금융시장의 이목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3일에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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