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은퇴CEO 고연봉 자문 채용 관행 ‘급제동’

다케다제약 상담역 선임하며 “역할·보수 제한” 약속
상담역 제도 폐지 기업도…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
  • 등록 2017-06-28 오후 5:48:30

    수정 2017-06-28 오후 5:48:30

하세가와 야스치카 다케다제약 전 회장(오른쪽·71·현 상담역)이 회장 재임 중이던 2014년 재계 관계자와 함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 기업의 이사회가 주주에게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은퇴한 최고경영진을 높은 연봉의 상담·고문역으로 채용하는 수십년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236년 역사의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제약은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14년을 사장·회장으로 역임 후 퇴임하는 하세가와 야스치카(71·長谷川閑史)를 2년 임기의 상담역으로 선임하되 보수는 현재의 12%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보수 외 추가적인 보너스나 관용차, 풀 타임 개인비서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사는 이와 함께 하세가와 회장의 역할은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이 이런 정보를 주주에게 공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익명의 다케다제약 주주 15명은 회사에 상담역 채용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제안서를 사측에 전달했다. 채용하더라도 사전에 주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전직 CEO 출신 상담역이 회사의 결정에 너무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다케다의 상담역 상세내역 공개는 이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도 그의 상담역 선임은 가결됐으나 주주들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뒤따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기업이 상담·고문역의 정보를 주주에게 공유하는 건 아직 이례적인 일이지만 앞으로 보편화하리라 전망했다. 일본 정부도 올 여름 중 전직 CEO가 상담역이 됐을 때 관련 내용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법제화키로 했다.

일본 기업의 상담·고문역은 최근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회사 원로의 인맥과 경험을 살린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이들이 ‘상왕’이나 ‘섭정’ 역할을 해 온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전직 CEO가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했고 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지급 보수에 대해서도 불투명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에서 상담·고문역 제도는 수십년 동안 보편적이었다. 일 경제산업성이 올 초 도쿄증권거래소 1~2부 상장 2502개 기업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 874곳 중 78%가 상담역·고문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었고 62%가 실제 상담역·고문이 존재했다. 일본 기업은 안 그래도 임원진 구성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올 1월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닛케이225지수 포함 기업은 임원진은 선진국 중 가장 독립성이 떨어지고 여성 비중이 낮고 나이가 많았다. 평균 63.1세다.

이에 일본 기업 중에서도 국제화한 대기업은 이미 자문·상담역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다. 소니는 2006년 이를 없앴다. 도쿄전력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직후인 2012년 이를 없앴다. 닛신보(日淸紡)홀딩스는 올 6월 상담역·고문제도를 폐지했다. 한큐한신(阪急阪神)홀딩스도 비슷한 시기 상담역제도를 폐지했다. J프론트리테일링도 마찬가지다.

다케다제약 역시 하세가와 회장이 현역으로 있던 2011년 일본 기업으로는 드물게 두 명의 독립적인 외부 이사를 지명했다. 또 전체 9명의 이사 중 다섯 명을 사외에서 지명하고 넷은 외국인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케다제약의 신임 CEO로 선임된 크리스토프 웨버는 주주 서한을 통해 “일부 투자자와 주주가 하세가와 전 회장이 이사회 퇴임 후에도 회사의 의사결정에 역할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을 잘 안다”며 “그러나 하세가와는 이제 임원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의 역할은 제약업계에서 회사를 대변하는 동시에 요청이 있을 때만 조언하는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케다제약 홍보팀은 “이번 주주서한은 주주의 제안에 대한 응답이자 기업지배구조에 있어 투명성을 높이려는 우리의 의지”라고 말했다.

도쿄 언스트&영 연구소 기업지배구조 담당 연구원 후카사와 히로하루는 “다케다의 이번 결정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자문역을 선임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꼭 선임해야겠다면 이처럼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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