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군대선 자국산 쓰는데… 군PX서 활개치는 외산담배

지난해 창군이래 처음 외산 담배 2종 군납 선정
군납용 담배 신규 입찰과 맞물려 외산 담배 논란 재연
미군과 영국군, 일 자위대는 자국 담배만 납품 받아
  • 등록 2017-09-20 오후 6:19:49

    수정 2017-09-20 오후 6:19:49

지난해 군납 담배 20종 중 하나로 선정된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사진=필립모리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국군복지단의 군납용 담배 신규 입찰이 지연되면서 군납담배의 ‘외산’ 선정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입찰 지연에, 2016년 공개 입찰에서 군납담배 진출에 성공했던 필립모리스와 JTI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군수물자라는 군납물품의 특성상 외산 담배의 군납 자격 자체를 문제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군대 보급품으로 일괄 지급되던 군납용 담배는 2000년대 중반 정부의 금연 정책 등과 맞물려 보급 대신 영내 PX에서 직접 사서 피는 것으로 바뀌었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4월 수입 담배 브랜드까지 포함된 공개 입찰을 통해 군납용 담배를 선정했다. 외국 담배는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창군이래 처음으로 외국계 담배회사 제품이 군납용 담배로 선정됐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과 JTI코리아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등 2종의 외국 브랜드 담배가 군납용 담배 20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국가를 수호하는 장병들이 외국 담배를 피는 것이 합당하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WTO의 정부조달협정에도 모든 군수물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자국산 제품의 우선 구매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외국계 담배업체의 담배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영국, 일본 군대는 자국산 담배만 군납 담배로 지정하고 있다.

JTI코리아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사진=JTI코리아)
여기에 외국계 담배업체들이 매출액 대비 한국에 대한 재투자와 사회환원에 인색한 것도 외산 담배의 군납 담배 진출에 반감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필립모리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은 0.25% 수준인 약 17억원이었으며 JTI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흑자전환 되었음에도 기부금은 전년과 동일한 1억 20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06%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국내에서 올린 당기순이익을 100% 배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도 이런 이유로 외산 담배의 군납 허용에 대해 ‘국민정서상 시기상조라고 하는 우려’에 동감을 표시했다. 한 장관의 우려 표명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순광 국방부 국군복지단장은 외산 담배 2종을 새 군납용 담배로 선정했다.

외국계 담배의 군납문제는 결국 지난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한미군 전용PX에 납품·판매되는 국산담배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반면 국내 군마트 판매 담배 가운데 외국 담배 2종의 판매 비중이 36%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경대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은 “군대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며 나라를 지키는 특수조직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이 매우 중요하게 요구되는 특수성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양담배, 일제담배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군납 담배 선정은 예년과 달리 지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통령 탄핵으로 일정기간 공무가 마비단 탓이다. 이 와중에 JTI코리아의 문제가 드러났다. 국군복지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일반담배 납품품목 선정 공고’를 보면 납품 신청 자격 사업자는 ‘국내에서 직접 제조 및 판매하는 업체’로 규정돼 있다.

JTI코리아는 KT&G에 위탁 생산 방식으로 군 담배를 납품해오다 지난 5월 계약이 종료되자 양산에 공장을 둔 필립모리스에 위탁 생산을 맡겨 군납 담배를 생산했다. 그러나 JTI코리아가 최근 러시아에서 생산한 담배도 군대에 납품한 것이 발각됐다. 국방부는 “적발한 JTI코리아의 러시아산 담배는 발견 즉시 판매 중지 조치했다”면서 “위반사례가 적발됨에 따라 계약해지 등 제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군납 담배 입찰에 대해 “공정거래 차원에서 판매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군납 담배까지 진출하면서도 정작 기업의 사회환원이나 재투자 등을 통한 한국사회 기여에 인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담배는 상징성이 강한 기호식품이고 군인은 소비자이기에 앞서 국가를 수호하는 이들인만큼 외국 군대에서도 자국 담배만 납품을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여기에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인색한 외국 담배업체들이 군납 담배마저 잠식하는 한국의 상황은 충분히 공론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