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조사를 인용해 올해 디폴트를 선언한 신흥국 기업이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비우량 회사채의 디폴트율이 3.8%로 상승하며 미국의 비우량 회사채 디폴트율(2.5%)을 뛰어넘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신흥국 비우량 기업 디폴트율( 0.7%)은 당시 미국 비우량기업 디폴트율(2.1%) 3분의 1 수준이었다.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자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HSBC는 지난주 중국 수산업체 CFG(China Fishery Group)의 채무 상환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홍콩 고등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CFG는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6억5000만달러(약 7527억원) 중 310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자 성장성 있는 기업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이 선진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기업에 투자해왔다. 신흥국의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늘어나자 신흥국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며 설비투자를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가 기울자 상황은 바뀌었다. 신흥국 기업 실적이 떨어지자 채무상환 능력도 악화되며 회사채 만기마다 못 갚아나가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게다가 연초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어 달러 가치가 상승해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환율 변동에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로펌회사 커클랜드 앤드 엘리스 닐 맥도널드 아시아 구조조정 헤드는 “신흥국 기업들이 전례 없이 회사채를 찍어낸 만큼 채권시장 위기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