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 정책을 꼬집어 “이러다가는 그리스 꼴이 날 수 있다”고 맹비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한국 미션단장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2017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은 더욱 확장적인 기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한국 정부는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를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포인트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통합재정수지가 매년 10조원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GDP 대비 흑자 규모는 연 0.6~1%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보다 사회 안전망이 크게 미흡한데도 정부가 세금 등을 걷어 나라 곳간에 쌓이는 돈이 쓰는 돈보다 많은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IMF의 이런 지적은 한국 정부나 정치권 시각과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이는 재정 수지를 따지는 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IMF와 달리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정부 재정 수지를 계산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다시 국민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산재보험기금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 흑자를 제외한 것이다. 이런 사회 보장성 기금은 당장 정부 지출이 필요치 않아 매년 4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흑자가 쌓이는데, 언젠가는 쓸 돈이라 여겨 재정 수지를 계산할 때 배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관리재정수지만 놓고 보면 한국 정부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정치권도 이 수치를 기준으로 정부가 나라 살림을 헤프게 운영한다고 공격하곤 한다.
그러나 타르한 단장은 “IMF는 중앙정부의 재정 수지와 사회 보장성 기금을 포함한 것을 전체로 취급한다”며 “사회 보장성 기금도 적자가 날 경우 중앙정부가 이를 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한쪽(사회 보장성 기금)에서는 흑자, 한쪽(중앙정부 재정)에서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두 개를 합치면 현재 매우 큰 흑자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의 내년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전망치는 3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타르한 단장은 “한국은 단기 및 중기적으로 통합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