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목숨걸고 나섰는데…마음고생 심했을 JSA대대장

  • 등록 2017-11-22 오후 8:00:00

    수정 2017-11-22 오후 11:36:2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불편한 날의 연속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권영환(중령·육사54기) JSA경비대대장 얘기다. 22일 유엔군사령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지난 13일에 있었던 북한군의 귀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미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질주하는 귀순자 지프 차량을 우리 군과 유엔군이 포착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판문각에서 차량 쪽으로 달려가는 북한군인들과 귀순자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장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그를 뒤쫓던 북한군 추격조 1명이 군사분계선을 몇 걸음 넘어왔다 황급히 되돌아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CCTV 영상 시간으로 13일 오후 3시14분부터 3시15분까지 불과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3시 17분에 찍힌 영상에는 김일성 친필비 앞에 소총과 방탄모 등으로 무장한 북한군 증원병력 약 10명이 집결한 장면도 있었다. 우리 군이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자칫 국지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음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권 중령을 포함한 JSA경비대대원들과 우리 군은 책임론에 휩쌓였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서 왜 대응을 하지 않았느냐며 ‘경계실패’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영상에선 대응사격 이전에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당시 권 중령의 판단이 옳았다는게 확인됐다. 유엔사가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발생한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건을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고 마무리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인 판단을 지지한다”고 평가한 이유다. 북한군의 총탄이 우리 군에 위해를 가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무작정 대응사격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JSA 경비대대 소속 헌병들이 북측을 주시하고 있다. 파란색 건물은 유엔사 관할의 회담장으로 회담장 중간이 군사분계선(MDL)이다. 회담장 남쪽에 우리측 자유의 집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번 귀순자는 자유의 집 왼쪽편에 쓰러져 있었다. [한미연합사 제공]
게다가 권 중령은 북한군의 근접거리 사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북한군 귀순자를 직접 구조하기 위해 나섰다. 사건 발생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JSA대대장 등 우리 군 간부 3명이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의 솔선수범이 화제가 됐다. 권 중령은 합동참모본부와의 화상회의 과정에서 직접 구조현장에 간 이유에 대해 “어떻게 병사들을 보낼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바 있다.

하지만 이내 일부 언론이 귀순자를 구하는 모습이 담긴 판문점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 JSA대대장은 없었다며 영웅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유엔사가 공개한 TOD 영상에는 3명의 한국군이 쓰러져 있는 북한군 병사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확인됐다.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당시 우리 군 병력이 권 중령 등을 엄호하긴 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북한군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북한군이 다시 총격을 가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목숨을 걸고 직접 해당 귀순 병사를 구출했지만 ‘누명’을 쓴 셈이 됐다. 권 중령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유엔사 관할이라는 JSA의 각종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권 중령과 우리 JSA경비대대원들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구해냈다. 이런 그들에게 박수는 못쳐줄 망정 소극적 대응 운운하며 영웅담 미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 당사자들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유엔사의 영상 공개로 그동안 힘든 날을 보냈을 권 중령과 우리 군 장병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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