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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안전에 가장 역점을 뒀어요. 고객들이 건강하다면 직접 와서 쇼핑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온라인에서 구매하거나, 예약 후 매장에서 픽업을 하면 됩니다.” 질 렌슬로 몰 오브 아메리카 수석부사장이 CBS 등을 통해 전한 얘기다. 그는 “실제 몰에 입점한 소매점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차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지난 27일 오전 8시께(현지시간). 몰 오브 아메리카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이들은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최대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GameStop)에서 ‘플레이스테이션5’를 구매하려 한 게임 마니아들이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당일 미네소타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520명에 달했다.
블프 당일 온라인쇼핑 10조원 신기록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밤새 줄을 서거나 심지어 텐트까지 치면서 기다리다 이른 아침 매장 문이 열리면 뛰어가 제품을 사는 이른바 ‘도어 버스터(door buster)’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대신 ‘광클’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자리 잡았다. 이전부터 이 같은 흐름이 짙어지고 있었는데, 올해 코로나19가 쐐기를 박았다.
CNBC 등이 인용한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 ‘어도비 애널리틱스’ 집계를 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온라인 판매액은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21.5% 급증했다. 하루 기준으로는 지난해 사이버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쏠림이 급격하게 나타난 것이다.
하루 최다 기록은 곧 새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어도비는 올해 사이버먼데이 때 온라인 쇼핑 총액을 108억~127억달러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15~35% 증가한 수치다. 초대형 유통점들은 일제히 사이버먼데이를 겨냥해 최저가 상품들을 홍보하고 나섰다.
대형 유통체인 타겟(TARGET)은 219.99달러에 팔던 스탠드형 진공청소기 모델을 99.99달러까지 깎아주고 도서 두 권을 사면 한 권은 공짜로 주는 등의 식으로 오프라인 세일을 진행했으나, 매장은 한산했다. 타겟의 한 직원는 “팬데믹 이후 대부분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문화가 그대로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의 또다른 대형 유통점 홈굿즈(Homegoods)의 경우 매장 바깥에 줄을 선 고객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클로스터 플라자의 주차장은 블랙프라이데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보통 평일과 다를 게 없었다.
썰렁한 ‘블프의 상징’ 메이시스 백화점
블랙프라이데이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도 쇼핑 대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이곳은 매년 TV 카메라까지 몰려와 도어 버스터 장면을 찍던 곳이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쇼핑객들로 꽉 찬 메이시스 백화점 풍경과 올해 텅 빈 풍경을 전하면서 “팬데믹이 어떻게 오프라인 쇼핑을 파괴했는지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시스, JC페니 등 주요 백화점의 주가는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각각 1.36%, 4.53% 떨어졌다. 다만 온라인 쇼핑의 대명사인 아마존의 주가는 0.32% 올랐다.
또 주목할 점은 인기 품목이 예년과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올해 몰 오브 아메리카에서 새벽 줄서기를 있게 한 회사인 게임스톱의 주가는 당일 9.03% 폭등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쇼핑몰에서 플레이스테이션5, X박스 등을 사러 온 고객들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팬데믹 직전 주당 4달러 안팎에 불과했던 게임스톱 주가는 현재 16달러를 넘었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27일 당일 미국 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만5557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후 하루 신규 환자 기준으로는 최대치다. 추수감사절 연휴에 이어진 28일 주말 감염자 수는 15만5596명을 기록했다. 현재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326만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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