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잇단 도발 허풍 아냐…2010년 국지전 재현 가능성 높아"[만났습니다①]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거보다 훨씬 힘들어져"
"지난 30년 '先비핵화' 되풀이…北 받을 제안해야"
"美, 한반도 위기 원하지 않아…조정자 역할 가능성"
  • 등록 2022-10-24 오후 10:00:00

    수정 2022-10-24 오후 10:00:0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최근 상황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긴장됐던 2017년과 유사합니다. 이후 전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극적 성사됐던 2018년이 될 수도 있고, 천안함 피격사건 및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국지전이 벌어졌던 2008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사진=방인권 기자)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단 무력 도발과 관련해 “현재로선 2018년으로의 대전환보다는 2010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핵무력 사용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휘 아래 ‘전술핵 운용부대 실전훈련’을 실시했다. 이 기간 북한은 총 7차례에 걸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섞어 발사했다.

여기에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임박 관측까지 나오자 여권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은 “한미동맹과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를 지켜보는 핵우산(확장억제)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적대국의 핵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미국이 핵우산 등 모든 전력을 동원해 자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 “스스로 한미동맹은 완벽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확장억제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미국이 반대하는 핵공유까지 주장하는 건 오히려 한미동맹을 훼손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원장은 북한과 협상이 이뤄질 여지는 매우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8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협상을 통한 비핵화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잇단 도발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블러핑’ (허풍·bluffing)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계획에 따라 핵무기를 다종화, 다양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했을 때 자신들도 보복 수단이 있다는 게 알려져야 핵억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총평은


△지나치게 진영 외교에 매몰돼 있다.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강박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임 정부를 친북, 친중, 반미, 반일로 규정하니까 자연스럽게 반북, 반중, 친미, 친일이 돼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이 되려면 여러 국가와 다양한 옵션을 갖고 대외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과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야 하는데, 지금은 스스로 변수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30년 동안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이다. ‘담대한 구상’도 북한이 바뀌면 담대하게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다르지 않다. 정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북한이 받을 제안을 해야 한다. 북한은 단계적으로 동시에 가자는 거다. 왜 우리가 다 포기한 다음에 한미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느냐고 한다.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절박하다. 자신들이 적에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한다. 남한은 체제 경쟁에서 이겼고, 미국을 동맹으로 두고 있고, 북한 문제에서는 늘 입장을 같이하는 일본이 있다. 이런 구도를 인정하고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라 보나

△바이든 정부는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지만, 2017년처럼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 내 한쪽에서는 북한을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화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을 잘못 읽고 전술핵 등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면 미국도 불편할 수 있다. (미국 측에서) 그에 대한 제어가 들어올 것이다.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위협 요소였고 그걸 한국이 중재해 관리했다면, 지금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이란 표현에 반대했다

△군사 협력이란 표현은 언뜻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경계가 불분명하다. 준 동맹으로 볼 수도 있다. 동맹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러시아와 충돌했을 때 우리는 일본에 개입해야 하고, 남북 문제가 생겼을 때 일본이 개입해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노무현·문재인 정부도 한일 훈련을 했다고 반박하는데, 당시에는 해경 수색 구조 훈련 등 경계가 분명했다.

-일본 과거사 문제와 군사 문제를 분리해 갈 수도 있나

△과거사 문제는 덮어 두고 군사적 협력만 한다는 시나리오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이 거부할 거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 따라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또 양국 간 신뢰가 쌓이지 않는 상태에선 군사 협력도 깊어질 수 없고, 제한된 훈련만 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집권 3기 한중 관계 전망은

△중국 내부에서도 사드 사태 때 지나치게 밀어붙인 것에 대한 자성이 있다. 한국이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달리 어느 정도 균형과 자율성을 보이려 했다는 것을 중국도 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중국을 완전히 떠나 미국과 일본 쪽으로 가면 중국이 곤란할 때 누구를 가장 먼저 때리겠나. 중국은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고 발언했을 때 중국 외교부가 성명에서 ‘너 안에 나 있고, 나 안에 너 있다’고 말했다. 점잖은 표현이지만, 한중 관계가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 보여주는 두려운 소리다.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북한이 포격 도발을 강행했는데

△우리는 북중 관계가 한미 관계만큼 강하다는 프레임에 빠져 있다. 북한은 생각만큼 중국 눈치를 보지 않는다. 중국 사람들 만나면 하는 말이 ‘쟤들(북한) 우리 얘기 안 듣는다’는 거다. 미국은 이것이 변명이라고 생각하고 ‘네가 가진 지렛대로 북한 제대로 통제하라’고 하는데, 실제로 결속력이 낮다. 중국한테도 북한은 골치 아픈 존재다. 다만 전략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