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몰락]①`마초 소굴`로 전락한 최고의 유니콘

한 여성의 사내 성희롱 폭로에서 시작된 우버 사태
창업자 칼라닉의 ‘섹스 가이드’ 이메일에 룸살롱 파문까지
최고의 유니콘에서 악덕 기업의 대명사로..창업자 결국 쫓겨나
  • 등록 2017-06-26 오후 10:09:34

    수정 2017-06-26 오후 10:09:34

우버의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사진=로이터)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수잔 파울러는 마음이 설렜다. 내가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에 합류했다니.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로 첫 출근한 파울러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사내 메시지가 여러 개 와 있다. 파울러의 상사로부터 온 메시지다.

파울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상사가 보낸 메신저 내용은 이렇다. “파울러, 반가워. 내 소개를 하자면 난 아주 열린 관계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사실 내 여자친구도 새로운 파트너를 손쉽게 찾거든. 난 말이야,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지만, 섹스할 여성을 계속 찾게 되네. ” 파울러는 아연실색한다. 이건 자신에게 성관계를 하자는 말처럼 들렸다. 매우 불쾌했다.

파울러는 메신저 내용을 곧바로 캡처했다. 그리고 인사관리부서에 보냈다. ‘우버는 꽤 좋은 회사고 이 문제가 잘 해결되면 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우버의 인사팀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인사팀 직원은 파울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가 이런 문제가 보고된 게 처음인데, 우리 회사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직원이에요. 우린 말썽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한번 참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파울러의 고발은 묵살되었고 파울러는 팀을 떠나게 됐다. 이후 파울러는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입은 여성이 회사 내에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우버 인사팀은 파울러에게 했던 것처럼 “첫 실수인데, 그냥 넘어가자”고 제안하며 사건을 덮었다. 결국 파울러는 몇 개월 후 사표를 썼다. 그리고 우버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자신의 블로그에 글로 쓰면서 우버 내부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녀는 “정말 이상한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우버의 성희롱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자 우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리고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과 그의 로펌에 우버의 사내 문화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이 때만 해도 칼라닉은 사건이 적당히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파울러의 폭로는 우버의 몰락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

칼리닉을 향하는 칼날

(사진=로이터)


칼끝은 점차 우버의 창업자 칼라닉을 향하기 시작했다.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우버 고위 임원 9명이 줄줄이 회사를 나갔다. 마케팅 최고 책임자, 재무책임자,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 지도 사업 담당 부사장, AI랩 책임자 등 핵심 중의 핵심 인력들이다. 특히 유통업체 타겟에서 스카웃된 마케팅 책임자 제프 존슨 사장은 우버로 옮긴 지 고작 6개월만에 사표를 냈다. 그는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리더십에 대한 내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 점잖게 표현했지만, 칼라닉과 도저히 함께 일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우버를 떠나는 임원들은 하나같이 칼라닉을 가리켰다. 우버 내부 문제의 핵심이 창업자인 칼라닉에게 있다는 신호였다.

가뜩이나 칼라닉은 반(反)이민정책을 표방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자문위원을 맡아 비판을 받던 터였다. 칼라닉이 우버 기사에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고함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칼라닉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래를 들었다.

결정타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칼라닉이 지난 2013년 우버의 마이애미 워크숍을 앞두고 전 직원에게 보낸 이른바 ‘섹스 가이드‘ 이메일이 공개된 것이다. 이메일에서 칼라닉은 이렇게 썼다. “직원들 간의 섹스는 다음 조건이 만족되지 않는 한 금지된다. 첫째, 상대방에게 이 같은 영광(privilege)이 허락되는지 물어보고, 이에 대해 상대방이 분명하게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요’라고 답한 경우. 둘째, 두 사람(혹은 두 사람 이상)이 직접적인 지휘 라인에 있지 않은 경우. 그러므로 나는 이번 여행에서 독신이 될 수밖에 없다. 제기랄.” 파울러를 향한 우버의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적인 문화가 다름 아닌 창업자인 칼라닉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칼라닉이 2014년 한국 출장 때 회사 임원들과 함께 서울의 한 룸살롱에 갔었다는 폭로까지 나오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당시 칼라닉이 룸살롱에 들어갈 때 우버의 여성인 마케팅 매니저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칼라일을 포함한 4명의 남성 임원은 술살롱에서 일하는 여성의 번호를 하나씩 부르는 방식으로 골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이 광경을 본 여성 마케팅 매니저는 크게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이 여성은 “번호가 붙은 여성들이 선택되는 광경은 무척 모욕적이었으며, 여성으로서 몹시 불쾌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인도에서 우버 기사에서 강간 피해를 당한 26세의 여성 제인 도이가 칼라닉과 우버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명예훼손과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우버의 아시아태평양을 담당하던 임원이 피해자인 자신의 의료정보와 사진 등을 빼내 칼라일에게 보고했고, 칼라닉은 이 자료를 다른 임원들과 돌려봤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우버에 탑승했다가 강간당한 여성의 의료자료까지 확보해 이를 사내에서 돌려보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회사”라고 질타했다.

유니콘에서 악덕한 기업의 대명사로

(사진=로이터)


우버 사태는 단지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마초’들이 많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버의 부도덕한 점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우버가 구글의 기술을 훔쳤다는 판결했다. 우버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던 기술책임자 앤서니 레반다우스키가 “구글의 자율주행차 핵심 자료를 몰래 다운로드한 사실을 우버가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알고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용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레반다우스키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에서 자율주행 사업부에서 근무하다 회사를 나와 자율주행 트럭개발업체 ‘오토’를 창업한 인물이다. 구글과 협력관계에 있던 우버는 갑자기 구글과 관계를 끊고 오토를 인수해 독자적인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결국 이 기술이 구글에서 몰래 기술을 빼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요금을 자동으로 올라가는 가격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우버 운전자에게는 교묘하게 이익이 덜 돌아가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앱스토어에서 고객 정보를 무단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NYT는 “우버의 범죄 사실을 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칼라닉을 직접 만나 만약 계속 애플의 개인정보 규칙을 위반할 경우 앱스토어에서 우버 앱을 삭제해버리겠다고 경고했다”고 폭로했다.

우버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가치 700억달러 규모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서 악덕 기업의 대명사로 추락한 우버는 이제 더 떨어질 곳이 없다. 다트머스대 비즈니스 스쿨의 폴 아겐티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공유경제)와 나쁜 리더십의 환상적 결합에서 비롯됐다”고 칼라닉을 비판했다. 우버의 이사회는 칼라닉의 휴직을 결정했지만, 그 정도로 비판이 가라앉지 않았다. 칼라닉은 21일 우버의 CEO를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