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와 함께 하는 한국의 섬] 삼일절 100주년 기념 `완도군 소안면 당사도`

완도군 소안면 당사도` 이 섬에 가면 애국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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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트립in 이승희 기자] 전국에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들이 있다. 강화의 말도, 옹진의 덕적군도, 제주의 추자군도, 여수의 손죽열도 등이다. 완도에도 그런 섬이 있다. 소안면 당사도.

2013년 10월 소안도에 갔었다. 1년 365일 집마다 태극기가 걸려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소안도는 부산 동래, 함경도 북청과 함께 항일운동 3대 성지로 손꼽히는 섬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소안군도 해역을 항해하는 일본 군함과 상선들의 안전 운항을 위해 1909년 1월 당사도에 등대를 세웠다. 소안도 출신 동학군 이준하 선생과 해남 이진마을의 의병은 조선에서 수탈한 물자를 실어 나르던 일본 상선의 뱃길을 막고자 거친 해안 절벽을 기어올라 일본인 등대원 4명을 처단하고, 등대를 파괴했다. 당사도 등대가 생긴 지 불과 2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이 1920년대 소안도 항일운동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번에는 삼일절 3일간의 연휴를 맞아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당사도 여행을 결행했다. 올해는 삼일절 100주년이다.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여 태극기와 독립선언문도 준비했다.

여행 첫날 보길도에서 어른들께 당사도를 물어보니 모른다. ‘자지리’라고 말하니 알아들으셨다. ‘당사도(唐寺島)’는 원래 ‘자지도(者只島)’라 불렸다. 을사늑약 이후 일제는 소안도 맹선리에 소규모 군항을 구축하고 ‘항구의 문’이라고 하여 ‘항문도(港門島)’라고 했다. 광복되고 ‘자지도’라는 이름을 되찾았지만,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하여 1980년대 당사도라는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당사도’라는 이름은 신라 시대 청해진이 설치되었을 때 당나라를 왕래하던 뱃사람들이 날씨가 좋지 않으면 섬에 올라 제를 올렸다는 설화에서 유래한다. 당사도는 완도 출신 소설가 임철우의 ‘그 섬에 가고 싶다’ 배경지다. 소설은 1993년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되기도 했다.

여행 둘째 날 아침 7시 30분 노화도 이목항에서 섬사랑1호를 탔다. 노화도 이목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소안도를 거쳐 당사도에 도착한다. 당사도에는 선착장이 두 곳이다. 한 곳은 마을이 있는 당사 선착장이고, 다른 한 곳은 행정 보급선이 드나드는 등대 선착장이다. 일행 중 한 분이 선장님에게 당사도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당사도 등대와 가까운 등대 선착장에 내려주신다. 등대는 당사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에서 등대까지 왕복 3km 정도의 거리를 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시간도 벌고 여유도 생겼다. 등대 선착장에서 등대로 오르는 길은 가팔랐다. 길을 오르자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로 울창한 숲이 나온다.

등대 소장님에게 당사도 등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안내에 따라 구 등대와 신 등대를 돌아보았다. 평소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등대 문화유산 21호 당사도 구 등대 안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당사도 신 등대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며, 삼일절을 기념했다. 등대 주변에는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1997년 세운 항일전적비와 광복 후 파괴된 일본인들이 세웠던 ‘조난기념비’ 일부가 역사의 증인처럼 오롯이 서 있다.

당사도 등대 방문을 마치고 1.5km 정도의 산길을 넘어 당사도 마을로 왔다. 마을 가까이 도착할 때쯤 마주친 당 숲은 밀림을 이루었다. 난대림으로 울창한 당 숲은 영험한 느낌을 받게 했다. 주민들은 음력 9월 9일 이곳에서 ‘중구제(重九祭)’를 지내고, 정월 초하루 당제를 지낸다.

당사도에는 민박집이 하나 있다. 숙박은 가능하지만, 식사가 안된다. 방법이 없을까 하고 소안면사무소에 전화했다. 관광지가 아닌 섬을 여행할 때 종종 이용하는 방법이다. 당사도 이장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했다. 우리 일행이 당사도를 찾는 이유와 식사에 대한 요청을 드렸다. 그랬더니 마을부녀회에서 도움을 주시겠다고 했다.

등대에서 마을로 넘어오니 마을회관에 점심이 준비되어있다. 부녀회장님을 비롯한 마을 아주머니들이 총출동했다. 노인회장님도 오셨다. 조그만 섬마을에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마을 어르신들과 당사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항일의 성지답게 마을에 대한 자긍심이 컸다. 인정이 많고 친절한 분들이었다. 다른 섬들과는 다르게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돌아봤다. 돌담이 청산면 여서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높고 아름답다. 높은 돌담은 섬 살이가 힘들었다는 증표다. 등대에서 마을로 올때 보았던 숲속 돌담은 밭의 경계를 표시하는 ‘밭담’ 이였다. 이장님 말씀이 “바람 불 때 와야 섬에 대해 안다.”라고 했다. 천주교의 공소와 기독교의 교회가 마주 보고 있다. 이 섬에서는 종교도 사이가 좋아 보였다. 섬마을은 아기자기했다. 돌담 사이사이 고샅길이 정겹다.

골목길을 돌아보고 마을 뒤편 해수욕장에 갔다. 2015년 8월에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보았던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뒤편으로 복생도(卜生島)가 보인다. 그 뒤편으로 보길도다. 당사도와 보길도 사이 복생도는 바위섬이다. 보길도 10경에 ‘복생풍란향’이 있다. 어부들이 안개에 길을 잃었을 때 복생도의 진한 풍란 향이 길과 방향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복생도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한다. 노인회장님은 여자가 이 섬을 보면 득남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복생도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복이 오는 느낌을 받는다. 복생도의 기운을 받는 마을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휴가 때 다시 방문해 달라는 당사도 이장님의 인사말을 뒤로하고, 섬사랑1호는 다시 노화도 이목항으로 향했다.

[완도군 소안면 당사도 여행 TIP]

◇ 코스 : 당사도는 마을과 당사도 등대 두 곳을 돌아보면 된다. 마을과 등대를 잇는 등산로 왕복 약 3km.

◇ 교통 : 당사도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번 배를 타야 한다. 해남 땅끝선착장에서 노화도로 오는 방법과 완도읍 화흥포항에서 소안도로 오는 방법이다. 땅끝선착장과 화흥포항에서는 여객선이 수시로 있다.

노화도 이목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소안도 소안항을 거침으로 노화도 이목항이나 소안도 소안항에서 당사도행 여객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당사도행 섬사랑1호 배 시간은 노화도 이목항에서 7:30, 15:30 출발, 당사도에서 8:20, 16:20 회항. 하루 2회 운항. 왕복요금 7,200원

◇ 숙식 : 동트는 민박집은 숙박만 가능하고 식사는 안된다. 당사도 여행에 대한 도움은 마을이장님께 요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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